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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Nov 12. 2023

옳은 판단과 뇌 레벨이 중요한 이유

그 중요성을 몰랐습니다

일단 저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 기원은 아마도 5살 위의 친오빠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친오빠는 자신보다 나이가 좀 많은 친척형을 좋아했는데, 이 형이 또 그렇게 책을 좋아했습니다.


저희 오빠도 저처럼 가정사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서 더 책을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책을 많이 보는 남매로 친척들 사이에서도 회자될 정도였습니다.


어린 시절, 예상하신 대로 저희집은 그리 넉넉지가 않아서 집에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셨던 외갓집에 가면 둘이 입닥치고 구석에 처박혀 책만 읽었습니다. 특히 방학때는 2주씩 그 집에 가 있었기 때문에 많이 읽었고, 어떻게든 책을 구해(그 당시에는 비디오와 책 대여점이 성행하던 시기라 도서관에 가지 않더라도 책을 빌릴 수가 있었습니다) 읽었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도 갔구요.


그 당시에는 철저하게 문학 위주의 독서를 했었고, 그 덕분에 그리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수능에서도 그럭저럭 성적을 받아 별로 어렵지 않게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재수는 곧 대학을 포기한다는 의미였기에, 좀 하향지원을 해서 무사히 진학에 성공했습니다.


이 때의 저의 상태를 생각해보면 이해, 습득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책을 읽는 속도는 느렸습니다. 그리고 이 속도는 27살 때 일본어를 공부하느라 한자를 공부한 이후에 급속히 빨라지게 됩니다.




하지만요, 문학 읽기와 한자 공부도 저의 뇌 레벨을 올려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면 아무 생각없이(하루하루 버티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정부 출연기관에서 인턴을 좀 하다가 현대자동차 사무직에 잠깐 들어갔었습니다. 프로덕션에서 작가도 조금 했었습니다(출판사에도 들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프로덕션을 택했습니다. 제 인생 최대의 실수 중 하나였죠). 그리고 27살 때부터 국어강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때는 정말 강사자리가 많아서 그만 두면 바로 다음날 혹은 며칠 안에 일자리를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만약 좀 더 일찍 실용서와 비문학 독서를 많이 하면서 아웃풋을 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그랬다면 저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대처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의 '머리'와 '판단력'을 믿고 여러 일들을 진행시켰을 것입니다.


저는 정말로 철이 없었기 때문에(이래서 머리가 나빴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토익 공부나 임용고시 준비(저는 중등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습니다)를 하면서 일반 서적을 안보는 제 주변 학생들을 비웃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들을 속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운이 나쁘기도 했습니다. 국어 교사를 하려고 교육학과에 입학했는데, 저희 학번부터 영어 교사랑 사회복지사 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세상에 이런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영어 교사 자격증은 땄지만 제 마음 속에는 영어 교사를 하겠다는 마음이 1도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 공부를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좋아하지도 않았구요. 영어 과목 성적도 안 좋았습니다. 공부를 안했거든요. 다만 영미 문학, 소설 토론 연구 뭐 이런 건 잘했습니다. 말발은 좋았으니까요.


지금이라면 아마 이왕 이렇게 된 거 임용고시나 봐야겠다, 그게 현명한 선택이겠군, 이라고 당.연.히. 생각했겠지만 그 때의 저는 머리도 나쁘고 상황 판단력도 좋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한 이유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뇌의 레벨이 중요한 이유를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조건이어도 얼마든지 좋은 선택을 할 수가 있는데, 도망치는 삶을 살기에 바빴던 저는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비문학 독서와 아웃풋의 실행으로 뇌의 레벨을 높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그나마 머리가 좋아져서 집도 사고 영어 강사를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 실행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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