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청난 방어 기제와 긍정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힘이 빠지는 일들은 당연히 일어난다. 심한 일을 겪고 나면 엄마와의 일이 떠올라서 괴로워진다. 나란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또 기억나 버리는 것이다.
아픈 기억과 트라우마는 잊고 살고 외면하고 살아갈 뿐이지, 지워지지 않고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가 가끔 이렇게 나를 덮친다. 그러면 나는 한없는 자기 혐오에 빠진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금방 일어날 것이라는 걸. 하지만 이제 이렇게 애쓰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짜증이 난다.
도대체 나를 얼마나 크게 쓰시려고 이렇게 계속 아픔을 주시는 걸까. 하늘에 계신 그분을 조금 원망도 해 본다. 그래도 이렇게 끄적이고 있으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커피라도 마셔야 겠다. 나는 작가니까. 글로 풀면 괜찮아지는 사람이니까.
산책도 가고 싶은데, 아아.
바빠도 산책을 가야 겠다.
다시 미소가 돌아왔다.
거봐. 글로 쓰면 괜찮아진다고 했잖아.
왜냐하면..
나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픈 기억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픈 구석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도 나를 저 구렁텅이에 박아 놓을 수는 없다.
나는 계속 기어 올라와 줄 터이니.
창 너머 저 건물에 해가 비치고 있다.
내 삶도 그러하다.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