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수첩을 보다가 피식 웃음이 나는 메모를 발견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글 한편을 옮겨놓고 나서 쓴 한 줄 때문이다.
내 속을 깊게 들여다보고 내 눈 안에서 길을 잃은 사람
내가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
날 웃게 하기 위해 모든 걸 할 사람
나와 함께 책임감을 나누는 사람
내가 좋지 못할 때 날 걱정하는 사람
모든 게 틀어지고 있을 때도 나에겐 모든 게 잘 될 거야 얘기해 주는 사람
내 가족과 친구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
내게서 키스를 훔쳐가는 사람
내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해도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
감정과 느낌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사람
날 사랑하고 내가 자신을 사랑하게 해주는 사람
나를 믿어주는 사람
자유롭지만 나와 함께 있기로 결심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라
날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과 사람에 빠져라
윗글을 언젠가 내가 읽었었나 보다. 그리고 덧붙인 글이 있었다. 이 글을 읽고 내가 아들과 딸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말은 "이런 사람 없다~!"
이제 와서 생각을 덧붙여 보자면, 나 자신부터 이런 사람 되기 쉽지 않다. 내가 되지 않는 것을 남에게서 찾는다는 것은 절망하겠다는 선언이다. 주려고 하는 마음보다 받으려고 하는 마음이 큰걸 보니, 난 아직 어리다. 세월만 많이 살았다고 해서 어른스러움이 갖춰지는 건 건 아니었다.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누군가를 웃게 하기 위해 모든 걸 해봤는가.
책임감을 나누려고 해 보았는가.
상황이 좋지 못한 누군가를 걱정해 보았는가.
모든 게 잘 될 거라 그 누군가에게 얘기해 본 적은 있는가.
누군가의 가족과 친구를 가치 있게 여겨 주었는가.
누군가에게서 키스를 훔쳐보았는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그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었는가.
나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한 사람이 있었는가.
감정과 느낌을 진심으로 표현한 적은 있었는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하게 해 주었는가.
그 누군가를 믿어주었는가.
자유롭지만 그 누군가와 함께 있기로 결심한 적이 있었는가.
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주었는가.
결론, 나는
단 한 사람도 구원해 줄 수 없겠구나!
현실을 잘 직시하지 못하고 있구나!
이제야, 겸손이 무엇인지 알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