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더하기 반쪽

by 별빛수

박노해의 <눈물꽃 소년>을 읽기 시작했다. 첫글부터 "풍덩~" 깊이와 높이에 기분 좋게 빠져버렸다.


"하이고 장하다.

그래, 으찌 우리 논을 찾았다냐잉."


"물어물어 찾아갔당께요.

할무니가 사람이 지도람시요.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고 물응께요,

다 잘 갈쳐주고 이뻐해 주든디요."


"잘했다, 잘혔어.

그려 그려, 잘 몰라도 괜찮다.

사람이 길인께.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빛나고,

안다 하는 사람보다

잘 묻는 사람이 귀인이니께.

잘 물어물어 가면은

다아 잘 되니께."


여기에 글을 옮겨 적어 본다. 글자가 뭉개져서 보였다. 맨 눈으로는 온점인지 반점인지 구분도 안 가는 시절을 살고 있음을 절감하기도 한다.


사람이 길이었는데 난 지금껏 배움만이 길인줄 알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바람이 스치는 걸 느꼈다.


말하기를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서 말 잘하는 법을 애가 터지게 가르쳤건만, 더 중요한 것은 말을 잘 듣는 법을 가르치는데 열을 올렸어야 했거늘...


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모자라다. 대화가 짝이 맞지 않으니 '소통 부재'의 사회에 갇혀 버렸다.


적당히 말할 줄 알게만 하고, 적절히 들을 줄 알게만 했어도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나 지치지 않았을 터인데, 헛다리 농사꾼이 되어 버렸다.


다음 세상이 설마 또 있다면, 나는 지금껏 살았던 빛깔과 반대의 빛깔로 살아 봤으면 한다. 조물주는 마음을 다시 잡숴주셔야겠다. 두 번 살아보는 시스템으로 개선을 해주셔야 세상이 제 모양이 된다고 건의해 본다. 반쪽만 살았으니 나머지 반쪽도 살아야 '하나의 인간'으로 완성작이 되는 법이라고.


아마도 안 들으실게다. 그러면, 신이 너무 많아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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