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신입생의 추억
오랜만에 졸업한 대학교에 갔다. 벚꽃을 보러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였다. 같이 가기로 한 대학교 친구들과 이야기했다. “지금 1학년이 어디 보자 25학번이니까 우리랑 띠동갑인 거네?” 같은 대학교에 있더라도 그들은 우리를 교직원쯤으로 볼 것이었다. 같은 학교, 다른 신분으로 학교 앞에 도착했다. 하필 단과대 축제가 있는지 입구부터 떠들썩했다. 과잠을 입고 하교하는 학생들, 손을 잡고 걸어가는 CC들,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해사하게 웃으며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니 싱그럽고 예뻤다. 나도 그 시절 그랬을까?
12년 전, 그러니까 대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생일 때였다. 원하던 대학교에 가지 못해 뾰루퉁했던 마음은 입학하던 순간 구석으로 찌그러졌다. 사람의 머리를 그려놓고 생각을 채워놓으라고 준다면 단연코 ‘대학생활’, 설레임’이 80퍼센트 이상을 뒤덮던 때였다. 고등학교 단짝이었던 J와 같은 학교에 가게 되었고, “우리는 키가 작으니까 대학교 가면 무조건 힐 신고 다니자.”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했다. 만주 벌판같이 드넓은 대학교 캠퍼스를 일주일 동안 다닌 후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폭신한 운동화를 신고 나타났지만. 대학교에 가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동아리 활동, 연애하기, 술 먹기, 축제 즐기기. 그중에서도 난 수업을 땡땡이치고 영화 보러 가는 게 가장 큰 로망이었다. 그래서 학교 다니는 동안 이 로망 하나는 기가 막히게 실현했다. 로망을 이루고 학사경고라는 영광의 상처를 받았다.
정신없이 학교에 적응하는 사이, 봄은 한순간에 꽃망울을 터뜨리며 꽃을 피워냈다. 꽃에 들뜨는 찰나 꽃잎을 밀어내고 연녹색 잎이 자리를 잡았다. 꽃이 필 때 경탄을 터뜨리다가도 금세 꽃이 질까 불안했고, 꽃잎이 떨어지면 마음이 싸르르했다. 나를 보듯 꽃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처음 경험해 보는 술 문화에 꼭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사람들과 만나 왁자지껄 놀 때는 한없이 팽창되어 마음이 꼭 터져버릴 것 같다가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 앉으면 풍선에 구멍이 나 바람이 줄줄 샜다. 바람이 새는 마음을 두 손으로 꽉 눌러내며, 눈물을 꾹 참아내며 집으로 돌아갔다. 감정의 파도가 봄의 일교차처럼 넘실댔다. 어쩔 줄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 해상도가 낮아진다. 자세히 보면, 때 묻고 꼬질꼬질한 것들도 그저 예쁘게만 보인다. 그렇게 기억이 추억으로 보정된다. 분명 머리에서는 대학생활이 힘들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스무 살의 봄날을 떠올리면 그리운 마음이 울멍울멍 차는 걸 보니 이제 대학생활도 추억이 되었나 보다. 어린 시절 학교 가며 먹던 꿀호떡처럼 몽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