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6) 동서울버스터미널 by 강신명

by 장동원

어려서부터 초조함을 많이 느끼는 성격이던 나는 기차나 버쓰를 탈 때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일찍 터미널에 가 있어야 했다. 차가 나를 두고 먼저 떠날지도 모른다는 왠지 모를 불안감 때문이었던것 같다. 그런 내가 기다리느라 시간을 가장 많이 보냈던 곳이 바로 동서울 버스 터미널이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한달에 한번 꼴로 고향인 안동으로 내려가기 위해 부모님과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터미널 분식집에서 저녁을 먹다 말고 버스 출발 30분 전만 되면 "우리 늦으면 할머니 못 보러 간다"며 어머니를 재촉하던 나 때문에 당신께서는 언젠가부터 실제 버스 출발 시간보다 20분정도 늦은 가짜 출발 시간을 알려주시곤 했다.


청심국제고등학교에 다닐때는 주말마다 가평에 위치한 학교에서 동서울로 오가는 버스를 탔다. 늘 그렇듯 나는 30분 전부터 버스를 기다리곤 했는데, 책과 옷을 넣고 다니던 여행용 캐리어 가방 위에 앉아 함께 버스에 탈 친구들을 기다리면 괜히 마음이 들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던 그들과 버스에서 주말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것 조차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주를 가평의 학교에서 보내고 금요일이 되면 나는 다시 학교 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돌아와 잠실의 집으로 향했다. 주중에 열과 성을 다해 놀고 공부한 뒤 조금은 피곤해진 몸과 빨아야 할 옷들로 가득한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을 타 잠실대교 너머로 지는 석양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곤 했다.


내가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와 그 안의 사람들이 곧 집이라면, 동서울 버스 터미널은 언제나 내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내 고향인 안동으로 향하는 길, 부모님이 계신 잠실 집으로 향하는 길,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동지들이 있는 청심 기숙사로 향하는 길 모두가 사실은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서럽게도 이제는 그 중 어느 집으로도 향할 일이 많지 않다. 한국에 있을때는 잠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한국행 항공편을 타는게 아닌 이상 집으로 "돌아가는"마음을 느낄 일이 많지 않다. 장수마을로 손꼽히던 안동의 본가에 계시던 어르신들은 대부분 병원에 계시거나 선산에 묻혀 계신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두 해가 다 되어가는 지금, 나를 알고 지낸 후배님들은 내년 2월에 졸업하시고, 선생님들도 많이 바뀌었으니 굳이 학교를 다시 찾아갈 이유도 없다. 그러나, 모든 집들에 대한 추억, 그리고 동서울 터미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낀 설렘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가만히 터미널 대합실을 보고 있자면, 양손에 보따리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들뜬 마음으로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 가장 먼저 보인다. 그들을 보면 동서울 터미널에서 집을 기다리는 설렘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던 동서울 터미널에서 모두가 각자의 집에 대한 마음과 설렘을 오래도록 느낄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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