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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ug 18. 2019

29살에 읽은 20대의 후회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정여울)

책을 거의 다 읽을 때쯤에 깨달았다. 정여울 작가가 던진 주제들은 20살에 막 접어든 사람부터 30살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앞으로 이 고민이 끝나면 저 고민을 하게 될 거야’라고 마일스톤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감사하게도 마지막 끝이 죽음에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질문’으로 마무리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재능>

24살의 정여울은 처음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을 때 두려움을 이기는 ‘첫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 첫 마음은 미칠 듯한 떨림과 설렘이며 생애 딱 한 번뿐인 열광의 순간이라고 표현하는데, 나에게도 동일한 첫 마음이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이 길이 내 길이야! 이 재능으로 나는 무언가를 이뤄보겠어!라는 첫 마음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람마다 반응하는 온도차가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직도 나는 내 안의 재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어떤 이가 나에게 재능이라며 칭찬하는 것이 내겐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이 많다. 이걸 과연 특출한 재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결국 재능은 숨겨져 있는 것이며, 그 재능을 발견하는 것은 타인보다는 나의 노력과 의지로 발견되는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아무리 타인이 인정해도 내가 이 재능을 내 것으로 믿지 않는다면… 그것은 절대 나의 재능이 되지도 못하며 앞으로 더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나의 재능을 깊이 고민해봐야겠다.


<장소>

위 재능은 떳떳이 말하지 못했지만, 장소만큼은 크게 외치고 싶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었던 공간, 히즈스토리 처치 2층 공사 중이던 작은방. 한국 들어오기 전, 미디어팀에서 사역했을 때 나는 사역에 푹 빠져있었다. 하나님이 주신 그림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성도들이 더 깊이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디자인하는 등 교회에서 거의 살았다. 쉽게 말하면 교숙자(교회 노숙자). 사역을 하다가 졸음이 쏟아지면 한참 공사 중이던 2층 작은방으로 들어간다. 엉망으로 되어 있던 의자들을 딱 내 키만큼 나열시켜 그 위에 눕는다. 사람들의 콧물과 눈물이 묻은 담요를 덮고 잠깐 눈을 감는다. 살며시 들려오는 ihop 찬양 소리가 자장가가 되어준다. 그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다시 조용히 방을 나와 컴퓨터 앞으로 간다. 이 일을 반복했다. 아무것도 없어 보여도 나는 그 공간에서 가장 행복했다. 살아있고 내가 숨 쉬고 있다고 느끼게 해준 작은 공간이었다. 한국 귀국 전 엄마가 오셨다. 나는 자랑스럽게 그 공간을 소개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엄마는 그곳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하셨다. 어두운 좁은 방에서 쪽잠 잤을 딸을 생각하니 너무 슬프셨다고… 지금은 미디어실 혹은 행정실로 바뀌었을 그 공간이 그립다. 


<죽음>

몇 달 전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 그때 우연히 한 움짤을 봤는데, 큰 지구 옆에 더 큰 행성이, 그 옆에는 더더 큰 행성이, … 쭉 보이더니 크다고 생각했던 지구는 아주 작은 점이 되어버렸다. 맞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정말 한없이 좁고 작고 보잘것없다. 이런 곳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이곳에서 내가 죽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건데, 왜 나는 이렇게 살까? 어쩌면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 앞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당당한 삶이고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질문 1) 탐닉편 - 요즈음 당신의 탐닉의 대상은 무엇인가요?

질문 2) 화폐편 – 지금까지 했던 소비 중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 소비는? 1,2,3위로 말해봅시다!




담고 싶은 마음

1.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고민에 책임을 진다는 것,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아무리 힘들어도 책임을 진다는 것이 아닐까.

2.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내 삶의 고유한 속도를 지닐 수 없을까봐.

3.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리석었다. 멀리 나갈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기회라도 있다면, 언제든 어디로든 떠나는 게 최고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현재의 나'는 '20대의 나'를 부질없이 타이르곤 한다.

4. 고생에 억지로 다채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남모르게 세상에 대한 원한을 쌓아갈 필요는 없다.

5. 부끄러워 말고, 사랑받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6. ...그 시절의 나는 두려움도 많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첫 마음'이 있었다.

7. 내 꿈의 역사는 '포기의 역사'였다. 그런데 그 수많은 꿈들을 포기하며 살아가다 보니,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나의 진짜 문제를 알게 되었다.

8.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 20대의 키워드가 '생존, 스펙, 취직'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가치들은 '상황'이지 우리가 스스로 지켜내야 할 '가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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