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떠나도 별은 그 자리에
가을이 오고야 말았네요!
양평엔 바람이 꽤 차가워졌어요,
가을바람 때문일까요.
살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가만히 핸드폰에 가득 차 있는 수백 명의 연락처와 이름들을 들여다봅니다.
이름마다 새삼 추억이 떠오르며 아,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고 싶어지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이 가는 사람들은 어느새 서로 연락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한번 보고 만 사람, 여러 번 본 사람, 오래 볼 것 같았던 사람, 나의 기억에서 지워졌는데 고맙게도 나를 기억하고 알아봐 주어 오랜만에 연락이 온 사람, 그리고 오랜 시간 서로 미워한 적도 있지만 여전히 친구로, 동료로 함께해 주는 사람과, 피로 맺어진 게 아닌데도 가족이 되고, 가족보다 가까운 사람.
그리고 내가 그립다며, 본적도 없는데 보고 싶어 하더니 정작 만나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 가고서 갑자기 연락이 뚝 끊어진 어떤 사람과, 참 좋은 인연이다, 여겼건만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 누군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 사람 마음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무슨 마음일까? 생각해 봐도 그 마음을 알 수는 없어요.
살면서 만나고 헤어진 수많은 사람들.
누구는 저보다 씩씩하고, 누구는 저보다 용감했고, 더러는 저와 닮은듯한 사람도 있었고 그중 많은 사람들이, 제게는 없는걸 가지고 있어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블로그만 해도 서로 얼굴도 모른 채 6년 가까운 시간을 가끔이라도 서로 챙기며, 안부하는 이웃이 있는가 하면 서로 지지하며 마음이 통하나, 싶었는데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이웃 목록에서 나를 삭제해버린 누군가도 있고요.
때로는 글이, 나 자신보다 더 나 같아서 이런 마음이 누군가에게 가닿으면 좋겠다 싶지만 정작 그런 글은 인기가 없다가도 뜬금없이 올린 글에 댓글로 저의 심정을 물어봐 주시기도 하고요.
내 마음도 다 헤아릴 수가 없는데, 보이지 않는 남의 속을 어찌 알까요.
그저 거슬리지 않게, 그러면서 나의 속내를 보여주고픈 만큼만 보이는 거지요.
그러다가 누군가의 마음에 안 들어서 내쳐지는 건 어쩔 수가 없고요.
제일 가슴 아픈 건 나에 대해 어떤 말을 듣고서 나를 판단해버리는 일일 거예요.
사실, 최근에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나에 대해 부풀려진 말들을 알게 되는 건 달갑지 않지만, 그 속에서 내가 놓친 건 무얼까, 살펴야 하고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는 법이니 나로 비롯한 실책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지요.
그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해도 져야 할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하고요.
그러면서도, 말만 듣고 나를 판단해버린듯한 누군가에게 "나한테 물어봐 주지." 하는 아쉬움과 서운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묻지도 않고 등을 돌린 사람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지요?
그렇더라도, 물어봐 주세요.
바로 그 사람에게요.
얼마나 먼지
- 유기택
당신은 어때
잘 지내고 있던가
꽃 덤불을 지나서도
한참이던가
날마다
돌아오고 있을 당신
다다르고 있던가
얼마나 먼지
인연이란, 잠시 스치고 말아도 마음에 그 사람의 향기가 남는 일이 아닐까요?
냄새가 나듯 피해버리면 나의 향기도 전할 수가 없어지지요.
물어볼 가치도 없는 일은 있지만 가치도 없는 사람은 없답니다.
실은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다 미숙하고 흠결도 있고, 그리고, 외로운 사람들인걸요.
맑은 가을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