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을 사는 모든 것들은

모두 떠나도 별은 그자리에

by 하계의 이난나



양평 가는 길, 모처럼 혼자 운전을 해서 갔다.

연일 흐린 날이지만, 공기는 맑고 구름은 아름답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빠른 길보다는

조금 시간이 더 걸려도 좀 한적한 길을 따라서 천천히 간다.


양평대교에 들어서는데

앞에 짐을 가득 실은 작은 트럭이 휘청휘청, 차선을 오락가락한다.

빵, 하고 경적을 울리니까 깜짝, 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걸 보니 조는듯하다.

다행히 양평대교 2차선엔 차가 많지 않지만 걱정이 된다.

조마조마하여 괜히 지켜주듯 따라가다가, 계속 그럴 순 없어 빠아아앙,

길게 신호를 보내고 추월하며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블로그 이웃인 누군가가 자꾸만 블로그에 힘들다고 글을 올린 게 문득 생각난다.

그도 양평에 사는데, 인천에 있을때는 못챙긴 마음이 새삼 일어난다.

잠시 길가에 차를 세우고, 그를 위해 기도한다.

그때 마침, 아까 휘청휘청 하던 차가 바로앞 간이휴게소로 들어가는게 보인다.

쉬기로 했나보다, 다행!


한강을 끼고 큰길을 한참 더 달리다 보면 남편과 가끔 들리던 카페가 나타난다.

크고, 멋진 카페였다, 더 양평.

양수리 들어가는 길 바로 지나서 자리를 잡은 데다.

물 풍광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두어 달 전에 문을 닫았고, 지금은 휑한 건물만 남았다.


나무카페, 늘 가보고 싶었지만 위치가 찻길에서 어중간하게 있어서 못 가본,

아니구나 한 번을 갔었는데 문 닫은 날이었던.

나무카페도 이번에 오면서 보니 임대문구가 붙어있다.

괜스레 마음 한편이 허전하고 안타까워진다.




큰 도로를 지나서, 동네어귀 좁은 길로 들어섰을 때 해가 진다.

마주 오는 차가 조심스레 서서 기다린다.

몇 차례 서로 마주서서 기다리다보니 큰 도로와 다른 안전함이 느껴진다.

마주한 불빛이 마치 마주보는 눈빛인양 다정함마저 느낀다.



우리집 들어가는 동네어귀에는 생선요릿집 '어라연'이 있다.

사장님은 길고양이를 넉넉하게 거두시며

어쩔수없이 이웃눈치를 많이 보신다.


바로 옆에는 애견동반카페가 생겼다.

그 건물 앞에는 큰 개천이 흐른다.

지금 애견카페는 전에는 오리요릿집이었다.

양평에 처음 온날 개천가를 산책하는데, 오리요릿집 앞 개천에서 청동오리들이 놀고 있는 풍경을 보았다.

"설마 저 아이들을 잡아서 요리하는 건 아니겠지?" 농 삼아 말하며 어쩐지 좀 착잡했었다.



자려고 누운 고요한 방안, 아주 작은 소리가 시작되었다.

'추츠챠챠샤샤삭삭'

음?

새소리이기엔 너무 한밤이고 길냥이가 바깥에 놔준 밥을 먹는 소리와도 다르다.

한여름엔 이따금 아주 작은 청개구리가 창문 틈으로 들어와 하염없이 벽을 뛰어오르곤 해서 내보내준 일이 있었는데, 그도 아니다.

귀 기울여보니, 벽 안, 아니 천장에서 나는 소리 같다.

그렇다면... 쥐?!

놀람은 잠시이고, 마음은 곧 연민으로 바뀐다.

한밤중 방에 들어온 귀뚜라미를 내보내며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고 축복하셨던 법정스님의 자비심을, 나도 이 순간 어쩐지 품을 수 았을듯하다.

밖에는 고양이가 많지만, 천정 안이라면 안전하겠지.

얼마간의 시간이 되었든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렴.

축복하는 마음이 된다.

오늘은 쥐랑 같이 자야 될 모양이다.

다행히 집안에 보이는 구멍은 없으니 천장 벽을 사이에 두고서.


가을날, 살아있는 것들이 다 행복하기를,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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