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담다 Apr 30. 2023

손편지-추억둘

백일동안 사랑했었지-2

1998.1.30 금요일


지금의 모든 상황이 어렵고 힘들다고 느낄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거나

아니면 그 모든 상황 속에서 떠나 어디론가 정처 없이 가 버리거나, 그러지도

못한다면 잔뜩 술에 취해 그 상황을 잊어버리도록 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방법이겠죠.


진정으로 용기 있는 자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도망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겠죠. 비록 실패하여 자신이 부서지더라도 그런 시도를 한 번쯤 해 보겠죠...


지난밤에는 당신과의 약속을 깨뜨리고 저의 못난 바보스런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취해 있었나 봐요.


지금은 아침 출근 전이라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당신에게 사죄의 펜을 들었습니다.


어제 성남에 간 이유는 학교일 때문에 태평역 근처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다음 학기에 대학원 학생회장님이 함께 학생회 일을 하자고 해서 회장님을 만나

사업계획 및 집행부 구성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만난 거죠.


다음 학생회장은 장애인 학교 체육교사인데 수진동 00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 

퇴근 후 만났습니다.


저한테 부학생회장 일을 맡아 달라고 하더군요.


저한테는 너무나 벅찬 일이지만 다음 학기 열심히 하겠다고 했죠.


다음 학기에 종합 시험과 교생 실습 등으로 바쁘게 보내야 하지만,

이런 일도 한 번 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 학기 사업이라고 해봐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 대학원 수첩 제작,

종합시험 준비, 단합 대회 겸 등반대회, 외부 강사 초빙 세미나, 학교 발전기금 모금,

종강식 정도밖에 없거든요.


임원은 회장 1인, 부회장 2인, 총무 1인, 감사 3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7명이

행사를 교학과 와 협의해서 치러나가야 한답니다.


그래서 지난밤 그런 일들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종합해 보고 또한 임원의 친목도모

차원에서 만났는데, 다른 사람들은 연락이 되지 않아 두 사람만 만났죠.


이전에 이 회장님을 알고 있지 못했죠.


그런데, 지난 학기 회장님이 저를 추천해 준 거죠.

지난 학기 회장님은 교육부에 있는 분인데, 저하고 조금 친했고, 제가 학생회 일을 

해복 싶다고 했더니 추천해 주신 거죠.


제가 학생회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은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학교에 이야기하기 위해서죠.


아시다시피 저는 남들처럼 5학기 내에 졸업할 수 없거든요.

한 과목 때문에 한 학기 더 다녀야 합니다.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요.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한 후 헤어진 것인데 둘이서 회집에서 소주를 많이 마신 거죠.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가려고 하는데, 당신이 너무너무 보고 싶었고,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결례를 하게 된 것 같아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것은 알지만, 오늘 아침 이렇게 생각해 보니 후회스럽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렇게나마 당신의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리는 것이 저에게 있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너무나 차갑고 쓸쓸한 겨울, 그리움과 기다림에 묻혀 시간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은 얼마나 괴롭고 힘든 것인지...


하지만, 그래요.

이것은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당신이 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까지 그것이 삼 개월이 아니라 삼 년이라고 할지라도

그때까지 기다려야겠죠.


그것이 당신을 위한 길이라면 그러한 고통을 달게 받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당신 그 자체이며,

당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랑으로 평생토록 살아갈 자신이 있으니까요.


당신의 지금 다른 사랑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그 사랑보다 더 깊고 넓은 사랑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당신이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


오늘 아침의 밝은 햇살처럼 언젠가 나의 사랑에게도 밝은 햇살이 비칠 거라 생각합니다.


그 밝은 햇살은 바로 당신이라는 것 알고 있죠.


오늘도 열심히 그리고 즐거운 하루 되길 바라요.


아침 식사는 꼭 하고요.


안녕.


-밝은 햇살 속에서-






작가의 이전글 손편지-추억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