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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담다 Feb 21. 2023

신사의 국밥

여기는 국밥집






일요일 늦은 저녁 양복을 잘 차려입은 신사 한 분이 동네 순대국밥집에 들어오셨다.


3초 만에 결정된다는 첫인상은 맞는 말인가 보다. 큰아이와 둘째 아이 모두 신사에게 정중함을 보였다.


물병을 조용히 손님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기다려 준다.

신사는 묻는다. 여기 영양순댓국과 얼큰 순댓국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냐는 물음이었다.


딸아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얼큰 순댓국이 많이 찾는 잘 나가는 메뉴입니다. 순대국밥집이다 보니 얼큰 순댓국을 드셔 보시는 게 어떠한지 여쭌다.


신사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렇게 하시죠!


얼큰 순댓국 하나요! 를 외치는 소리는 홀을 메아리 삼아 돌아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주방 빌지는 얼큰 순댓국을 담아  튕겨져 나온다.


신사의 국밥은 신속하게 주방에서 내어지고 있었다. 딸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고 나에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소주냉장고옆에 걸려있었던 앞치마를 본인도 모르는 사이  집어 들며 신사의 테이블 앞에 서있었다


신사는 앞치마를 주문하지 않았다. 단지 신사의 옷매무새를 본 아이들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신사의 몸도 자동으로 움직였다며 아이들은 미소 짓는다.


앞치마를 들고 있는 아이를 본 신사는 고개를 숙이며 앞치마에 머리를 넣고 국밥 먹을 준비를 했다.


앞치마를 들고 있던 아이들이나 그 앞치마를 스스로 입지 않고 몸으로 입었던 신사도 마찬가지다. 무언의 언어로 서로 통하였었다.


둘 사이의 언어는 그렇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옷차림새의 언어는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무언의  메시지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신사의 국밥은 정중을 담아내어 드리는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맛이 배가 되었다. 얼큰 순대국을 말끔하게 다 드시고 일서 선다. 손님께서 한 숟갈의 국물도 남김없이 다 드신 빈 국밥그릇을 보는 순댓국 주인장은 한없이 행복한 일주일을 마감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읽었던 책에서도 그러했다고 했다. 실험을 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에게 정장을 입혀 어린이집에 보냈다고 했다. 단지 옷차림만 바뀌었을 뿐인데 아이들의 행동은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마구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얌전히 걷기를 하였으며, 아이들이 내뱉는 언어 또한 신사의 정장을 입혔을 때는 달라졌다.


신사의 국밥은 우리가 지금 무언의 언어로 통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사의 옷차림새는 왠지 모를 신뢰와 정중을 전달하는가 보다.


이처럼 동네골목의 작은 국밥집에서도 손님이 인정하는 신뢰와 정중을 담아내기 위해 오늘도 한걸음 나아가기로 한다,


신사의 국밥은 무언의 언와와도 같다고 생각된다. 동네 작은 국밥집이지만 오늘은 "배려"라는 단어를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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