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빠르게 흐른다.
이토록 한가하고 여유로운 토요일이 있었던가. 의도하지 않았던 시간을 맞이하니 뭐랄까.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항상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다가 오늘처럼 마땅히 할 것이 없는 날이되면 이상하다 못해 불안하다. 이 여유를 조금 더 길게 누리고 싶은데, 이상하리만큼 시간만 빠르게 흘러간다. 요즘 들어 시간에 대한 갖가지 망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뭐하나 제대로 정리하거나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새로운 일만 벌여놓는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의 시계는 언제나 조금씩 느리다. 세상의 시계에 맞추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내심 나와 잘 맞는 세상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착하지 못하고 그 세상을 찾아 떠도는 나. 오늘도 유목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