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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시일강 김형숙 Dec 29. 2023

18년간 짝사랑한 그가 나를 넘어뜨리다

짝사랑은 그리움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72번 버스기사님 은인입니다.

짝사랑은 그리움입니다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이나 사물이나 인지상정입니다.

누구를 짝사랑해 본 적 있나요?

가까이 가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었던 그 시절이 기억나나요?


18년 동안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그가 있어요. 그는 누구일까요?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아시나요? 곁에 있어도 곁에 있지 않은 그 사람을 아시나요? 같이 있지만 외롭다는 말을 하고 있죠.



나를 바라만 봐도 그리운 사람, 나를 바라만 봐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 그 사람, 그 사람을 나는 외면하고 살았어요. 



23년 12월 23일 금요일 새벽 4시 40분 기지개를 켰어요. 순간 큰 통증이 느껴졌어요. 내 옆에서 말없이 버티고 있던 그가 나를 아프게 했어요. 18년 동안 나를 바라만 보았던 그가 지쳤나 봅니다. 내가 그를 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았나 봅니다. 그는 이별이 두려워 나를 힘껏 껴안았어요. 나의 두 번째 발가락이 그와의 첫 키스를 견디지 못하고 골절이 되었어요. 



누구를 짝사랑해 본 적 있나요?


가까이 가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었던 그 시절이 기억나시나요?



20대 중반 키가 크고 뚱뚱하고 얼굴이 크고 안경 쓴 곱슬머리 남자가 있었어요.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죠. 그녀는 그가 싫어서 함부로 대했어요. 그는 그녀가 갖지 못한 노래를 잘 불렀어요.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그를 멀리했어요. 그때는 뚱뚱한 사람이 왜 싫었을까요? 그는 그녀를 짝사랑했지만 그녀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어요. 그녀가 짝사랑했던 사람은 땡땡 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는 대전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했지만 집은 서울이었어요. 적당한 체격에 안경 쓰고 귀여운 얼굴이었죠.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어요. 짝사랑이 얼마나 아프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어요.



그는 하루종일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밤에 불을 끄면 우두커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죠. 그의 품 속에서 따뜻한 이불을 꺼내 주었죠. 사계절에 따라 옷을 꺼내 주었죠. 그는 나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했어요. 봄이면 예쁜 알록달록한 옷을 입혀 주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반팔 옷을 선물했죠. 가을이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도록 가을옷을 선사했고 겨울이면 털이 달린 코트들을 춥지 않게 입혀 주었어요. 추울까 봐 스타킹과 모자, 털장갑, 스카프도 내어 놓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나를 아낌없이 지켜 주었어요. 방 한구석에서 흔들림 없이 18년 동안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그리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행여나 내가 깰까 봐 조심조심 그의 친구들과 속삭였어요.






우리가 만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저는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갈색빛 얼굴이 늙어서 주름이 잡혔어요. 얼굴이 한 겹 벗겨질 무렵 나는 그를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눈치가 빠른 그는 나의 발을 자기 몸에 힘껏  부 둥 켜 안았어요. 순간 나는 통증을 느꼈어요. 아이 낳을 때 통증보다 더 아픈 통증이 몰려왔어요.  땡큐 체인지 새벽 4시 40분 챌린지 진행 하지를 못했어요.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통증이 너무 심해서 어떻게 발을 감싸 안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9시가 되어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축을 받으며 삼층 계단을 내려오는 길은 험난하고도 멀었어요. 왼발로 깡충거리면서 내려가는데 오른쪽 발에 통증이 몰려왔어요. 아이의 부축을 받으며 1층까지 내려오기는 했지만 걷기가 힘들었어요. 아이와 함께 2분이면 가는 거리를 30분 걸려서 병원에 도착했어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어요. 3층까지 걸어 올라갈 수가 없었어요. 망연자실했어요. 앞이 캄캄했어요. 3층까지 한쪽발로 올라가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지요.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원에 진료를 보기 위해서 길을 건넜어요. 택시를 잡기 위해 신호등에 서 있었어요. 택시가 잡히지 않았어요. 카카오 택시를 불렀지만 오지 않았어요. 날씨가 추웠는데 아이는 불평 없이 옆에서 지켜주었어요. 힘겹게 힘겹게 한 걸음씩 옮겨서 버스 정류장까지 왔어요. 한 정거장을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탔어요. 아이의 카드에 1350원밖에 없었어요. 요금은 2,500원 난감했어요. "어디까지 가요?" 272번 사가정방향 기사님이 물었어요.


"홈플러스까지요." 아이가 대답했어요.


"홈플러스는 262번 타야 돼요"


"거기 아니고 익스프레스 홈플러스 가요."


"어떻게 하죠? 내릴까요?"


"홈플러스 물건 사러 가요?"


"아니요. 엄마가 발을 다쳐서 정형외과 병원 가요."


의자에 앉아있던 나와 아이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어요.


짝꿍이 건네준 카드는 교통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았어요. 걸어갈 수 없는데 어쩌나 정말 난감했어요.


감사하게도 기사님이 허락해 주어 한 정거장을 가서 내렸어요.


A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시퍼런 멍을 빼기 위해 한의원에 가서 부항을 뜨고 침을 맞았어요. 며칠이 돼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고 더욱더 아프기 시작했어요. 





바닥에 발을 디딜 수가 없었어요. S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촬영하자 골절로 진단되었습니다.

발에 깁스를 해서 고정을 했어요. 안정을 취해야 해서 되도록이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덕분에 호강을 누리고 있어요. 짝꿍이 밥과 청소, 빨래를 해 줍니다. 저는 앉아서 먹기만 하네요. 아프니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요. 배려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저희 밥을 챙겨 주네요. 자녀의 도움과 남편의 도움으로 행복합니다. 




나를 짝사랑하고 있는 장롱아, 당신을 소홀히 대해서 미안합니다.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나의 발이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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