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에서 카톡 본다고 아이들 보고 야단 할 일이 아니다. 나는 남편 아침 식사를 간단히 차려 주고 식탁에 앉아서 말없이 카톡을 보면서 하루 일과를 생각한다. 시간을 쪼개 쓰기 위함이다. 그 말을 해 놓고 웃는다. 무슨 비즈니스라도 하는 사람처럼 요란스럽다. 하루 일상을 그냥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미세하게 날마다 다른 날들이다.
내게는 매일 이른 아침에 시를 배달해 주는 문우가 있다. 가슴이 촉촉해지는 시밥을 날마다 먹고사는 것만 같아 마음 안 뜨락이 보송보송하다. 며칠 전 보내 준 시에서 나는 마음이 동했다. 토요일 주말, 노는 사람이 주말을 가릴까 많은 사람마음이 그렇지 않다. 직장인이 아닌 사람도 주말이면 마음이 헐거워진다.
가을 노래를 듣거나 낙엽들이 지는 모습을 보면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다.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가을이라 하는데 아직도 소녀감성이 남아있나 보다. 매일 아침 보내준 시와 사진에서 빨간 단풍잎이 떨어진 낙엽사진이 나를 유혹한다. 가을이 다 지나고 차가운 겨울이 오면 보지 못할 풍경을 마음 안에 담아 놓고 싶어 졌다.
그래 가을을 만나려 가자. 망설이면 할 수 없는 일, 실천은 용기다.
시를 읽는 순간 그래 이 화창하고 좋은 가을날 집안에 앉아 있기에는 너무 아쉬운 시간이다. 더욱이 아주 새빨간 단풍잎 사진이 나를 유혹한다. 그 생각이 들면서 오늘은 가까운 월명공원을 관광온 사람처럼 가을을 즐기자는 생각으로 보온병에 차도 우려 담고 찻잔도 두 개 챙기고 다포도 배낭에 넣었다. 내가 자연과 만나는 시간에는 항상 함께하는 것들이다.
주말 공원은 운동하는 사람이 줄어든다. 아마도 야외 활동이 많은 시기라서 그럴 것이다. 항상 마주해도 가을바람은 쓸쓸하고 햇살 느낌도 다르다. 이제 막 들기 시작하는 단풍도 새로운 색깔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어느 사이 나뭇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서 있는 나목. 한해 할 일을 마치고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의연하게 서 있는 나무들.
나목으로 서 있는 나무들
걷는 발길마다 풀숲에서 시도 때도 없이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남편과 나는 아무 말없이 걷고 있다. 봄의 반짝였던 연둣빛과 화려했던 꽃길, 여름 내내 녹음으로 산책할 때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공원의 나무들. 월명공원의 사계절 풍경을 바라보며 남편과 나는 산책을 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 축복이다.
나는 지금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다. 누가 뭐라고구속하는 사람도 없고 어디에 일이 있다고 가야 할 곳도 없는 나이다. 한 없이 자유로운 나이. 젊어서는 왜 그리 할 일이 많았는지 시댁에서는 매번 부르고 아이들 넷을 기르면서 해야 할 일도 많았다. 어떻게 그 세월을 지나왔는지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힘들었던 수많은 세월이 가고 이젠 버리고 갈 것만 남은 지금 나이가 참 편안하고 홀가분하다. 나는 자유로움을 즐겨야 할 때다. 언제 혹여 아프거나 무슨 일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인생은 순간 찰나와 같은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월명 공원 산책 길에서 만난 나무들은 아직은 완전히 단풍이 들지는 않았다. 곧 겨울인데 단풍은 언제 들어 머물다 떠나려고 하나, 별 걱정을 다한다. 모든 자연은 자기만의 속도로 잘 살아갈 텐데, 나는 괜한 걱정을 한다. 하늘은 가을 하늘답게 파랗고 구름은 수 없이 많은 무늬를 만들어 낸다.
수시탑이 있는 곳은 사람 그림자조차 없다. 월명 공원 무선 전화국 옆 쉬는 의자에 앉아 차를 한잔하면서 눈에 보이는 바다를 바라본다. 세상 모든 만물을 자기만의 시간표 대로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그 가운데 차를 마시며 나는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건가?
사람이 많지 않아 이런저런 사색을 할 수 있어 더 좋다. 조용한 가운데 생각에 잠긴다. 내가 누구인지, 나에게 물어본다. 인생의 여러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출발점은 바로 자신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에서 시작되는 된다는 것이라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