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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ug 31. 2024

 산다는 건, 가진 것 하나씩 잃어가는 일

날마다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모든 걸 잃어 가는 과정이다

 밤이 지나면 어김없이 아침이 온다.


내가 잠자는 방은 동쪽으로 커다란 창이 있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햇살이 가득 방안으로

손님처럼 찾아온다. 내 방에 온 손님이 반갑기도 하지만

내 게으름을 나무라는 것 같아 곧장 일어나야 한다


남편은 어느 사이 일어났는지 주방 쪽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일어나면 과일을 깎아 놓고

미리 만들어 놓은 양배추 즙도 컵에 따라 놓는다.


남편은 아침형 인간이고 

나는 저녁형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출근할 사람도 없는 우리 부부는 자기의 루틴대로 

살아 간다. 부부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굿모닝' 인사를 하고 주방을 기옷대면

식탁위에는 유산균을 챙겨 놓았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결 같다.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

삶을 자로 잰 듯 각을 맞추고 자기 방식대로 산다.


어쩌면 수많은 날  어김없이 똑같은 순서를 잊지 않을까,


그런 남편이 신기하다 못해 연구 대상이다.

집안의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놓여 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 그의 습관이다.  


결혼하고 반세기가 넘게 살아온 그 남자

살아갈수록 궁금하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적응이 되어 괜찮다.


아침이면 계란 두 개 삶고 감자 한 알, 아님 단호박 몇 조각

찌고 탄수 화물을 준비하면 아침 밥상은 끝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소식을 한다. 많이 먹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곧 추석을 돌아온다.

 

식탁 위에 놓인 걸 먹으며 갑자기 드는 생각은

아, 이젠 돌아갈 고향 같은 큰집이 없구나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시숙과 형님이 우리의 

고향이라는 걸, 모든 것이 당연할 걸로 알았다.

  

큰집이 있어 얼마나 많은 날 우리의 삶이 풍요롭고

따뜻했던가, 내 앞에 놓여 있던 물건이 사라진 뒤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아침 밥상에 앉아 마음이 

먹먹해 온다. 지나간 것은 모두가 그리운 것이다.


그분들이 세상을 떠나고야 이 토록 마음이

아프고 그리워할 줄을  몰랐다. 모든 것은

그때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날이었다는 걸 

늦게야 알면서 후회한다.


그분들이 가시고 나서야 삶의 한 자락이 무너짐을 알았다.

지난 그날들이 그립다. 그리워 한들 되돌아오지 않겠지만.

나이 들어 외로움이 밀려오면서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생을 이별하려는 순간 얼마나 고독했을까.


삶이란 결국 우라가  가진 것 하나씩 잃어가는 과정이란 걸 알았다.

우리들 모두가 거부할 수 없는 생의 마지막 길, 오늘 하루가 마지막

처럼 서로사랑하자. 주변 모든 사람들을, 아니 모든 사물들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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