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비 오는 날 하루

비 오는 날이지만 하루를 꽉 채우고 보냅니다

by 이숙자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서 하루 일정을 생각한다. 9시에 안마원에 가야 하고 11시에는 한길 문고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은 이미 톡으로 대답을 해 놓아 누가 참석할지 알고 있다. 늘 마음 안에 담고 있는 사람도 명분이 없으면 쉽게 만날 수가 없다.


누군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설렘이다. 아니 좋아하는 사람의 만남도 마찬가지로 기분 좋은 설렘으로 만나기 전부터 마음이 환해져 좋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마음 안에 머물던 작은 통증도 사라지게 하는 마법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고 힘을 주는 사람, 나의 글 선생 작가님이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자주 만날 수 없어 조금은 아쉽지만 서로의 시간을 아끼기 위함도 있다.


어쩜 그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리운 사람 일 수록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요즈음 사람들은 정말 의미 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하루는 자기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임을 알기에 그럴 것이다. 무엇을 하든 유용하게 시간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나 역시 되도록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신경을 쓴다.


아침 식사 후 안마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 남편 점심을 챙겨 놓고 다시 우산을 받고 천천히 걸어 한길 문고로 향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푸르름이다. 겨우내 벌거벗은 나무는 어느 사이 초록 옷으로 갈아입고 비를 반기고 있다. 아파트 담장 덩굴장미가 꽃 봉오리를 맺어 곧 있으면 장미꽃도 환하게 피어날 것이다. 자연은 날마다 풍경을 바꾸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매일 시간은 쉼 없이 흐르고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하루를 살아 낼까? 끊임없이 상념에 젖는다. 한길 문고에 도착하니 작가님과 문고 대표님도 반갑게 맞아 주신다. 대표님은 뒤늦게야 내가 아팠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나를 꼭 안아 주시며 걱정을 한다. "이젠 괜찮아요."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이 있어 마음이 따뜻하다.


KakaoTalk_20250510_115121993.jpg
KakaoTalk_20250510_122030989.jpg


이토록 염려해 주시는 분들 덕에 내 삶이 외롭지 않고 굳건히 잘 살아내는지 모른다. 잠시 후에 내 옷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 주시니 참 새롭다. 어제가 어버이날이라서, 지금은 카네이션 꽃이 다 어디로 갔는지, 예전 풍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책방 대표님에게 카네이션 선물을 받다니...


군산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는 윤슬 브런치작가님을 만났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 달 살기를 하고 계시다고 한다. 그 자유로움이 좋아 보인다. 나도 어느 날은 그런 꿈은 꾼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지나 버린 꿈이다. 뒤늦게 글쓰기를 하고 노인정 대신 서점에서 놀 수 있고 좋은 인연과 만나는 내 삶의 마당이 더 넓어진 점에 감사하다.


KakaoTalk_20250510_115058821.jpg
KakaoTalk_20250510_115027614.jpg


네 사람이 앉아 읽은 책 이야기, 글 이야기 본인이 느끼는 행복이야기, 이야기 주제는 풍성하다. 나는 가만히 듣기만 하면서 젊은 사람들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그들의 행복의 가치도 일상의 행복도 알게 된다. 시간은 금방 점심때가 되었다. 나는 이런 때가 기회다 싶어 작가님 좋아하시는 시래기 밥집에 가서 모두에게 맛있는 밥을 사드렸다. 밥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의 소통이기도 하다. 우린 밥을 먹고 따뜻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밥은 또 다른 마음에 온기를 전해 주는 행위다. 밥으로 오늘 만난 사람들에게 내 온기가 전해졌을까,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따뜻한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행복은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봄비 오는 날 오늘 하루가 그렇게 가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돌아가신 형님을 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