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케이블카는 처음 타 보았습니다
1월에 위 수술 하고 4개월이 지난 지금, CT와 여러 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 예약된 날자에 맞추어 서울 올라가는 중이다. 시간이 가면 모든 것이 지나간다고 힘들었던 날들도 차츰 지나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둘째 딸이 용산으로 이사한 뒤 서울 올라가는 것이 편리해졌다. 마치 기차 타고 여행하듯 서울을 올라 다니며 즐긴다.
일상에서 귀찮고 힘든다고 생각한 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좋은 계절 가야 할 곳이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은 기쁨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어쩜 여행하는 듯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을 여행하듯 아니면 좋은 경치를 보기 위해 여행하듯 살아가는 일, 그런 현상도 살아 있으니까 느끼고 즐기는 일일 것이다.
몸이 많이 아프고 나니 내 주변 사람들과 모든 사물들이 감사하고 고맙다.
용산행 기차를 타고 혼자서 여행하듯 창밖을 바라보면서 사색에 잠긴다. 겨울 동안 잠자고 있던 논에는 어느덧 모를 심기 위해 물을 다 데어 놓고 모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쌀을 우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밥이 된다는 사실이 든든한 것이다. 부지런히 농사준비를 하는 농부들의 노고에게 감사하다.
달리는 창밖은 온통 푸르름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동 감을 느낄 수 있다. 역시 살아 있음은 감사와 축복이다.
초록이 우거진 나지막한 신자락 시골 풍경도 정스럽다. 예전에는 옹기종기 모여 살던 가족들의 바람도 스쳐가고 사랑도 스쳐가고 그리움 스쳐 갔을 곳, 때로는 슬픔도 스쳐갔을 곳은 이젠 조용히 노부부만 살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혼자, 사람 사는 일은 늘 변 하면서 수 없이 많은 이별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내 삶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생각의 꼬리가 길다.
용산역에 도착하니 딸과 사위가 마중을 나와 있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사람들. 점심 후 우리는 남산을 향했다. 오랫동안 서울을 다녔지만 남산 케이블카는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었다. 딸과 사위는 내가 서울에 올라오면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곳을 여행하듯 안내를 한다. 케이블카 타는 곳은 사람이 북적북적 많아 놀랐다.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우리는 탑승권을 사고도 40분 이상 기다렸다.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고작 3분이다. 요금은 15000원 합리적인 가격은 아니다. 서울에 수 없이 많은 날 올라 다녔어도 케이블 카는 오늘 한번 타 본 걸로 마치면 될 것 같다. 꼭대기에 올라오니 사람도 많고 서울 시내가 한눈으로 다 보인다. 많고 많은 빌딩 숲과 사람들.
이곳저곳 사진을 찍는다. 예전 남산을 와 보았던 풍경이 사뭇 다르다. 관광객도 많고 웬 열쇠는 그리 많이 잠가 놓았는지, 노을을 그리면 황혼이 될 때까지 사랑이 변치 말자는 의미로 열쇠를 사서 잠가 놓는다고 하니 사람들의 사랑이란 의미의 마음이 얼마나 절절할까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런데 정말 열쇠가 걸려도 너무 많이 걸려있다. 이러다가 남산 꼭대기 담장은 온통 열쇠로 채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담장이 온통 열쇠로 채워져 있어 색다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 시내 전망을 바라보며 차 한잔 하는 여유를 갖는다. 산다는 것은 언제나 생각으로 디자인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사람마다 그 마음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을 여행하듯 바쁘게 보내는 오늘 하루, 나에게는 특별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