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 빌리지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창가에서 풀벌레 소리가 몰려온다. 창밖 정원 풍경이 오롯이 거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마음이 평온 해진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활용하여 편리함을 추구하고, 그물 침대처럼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마음을 담았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지은 타운 하우스, 아파트 안에서 일상을 보냈던 답답함이 이곳에서 자연을 생활 안에 접하니 새로운 기분이다.
숙소 거실에서 바라본 창밖 식탁 위 야생화 다화
햇반과 가지고 온 반찬으로 간단히 먹고, 밖에 나가 들꽃 한 줌 꺾어와 다화를 해놓고 녹차를 한잔 마신다. 입안이 향긋하고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환경을 바꾸면서까지 한 달 살기를 하나 보다. 변화된 환경이 다른 삶을 사는듯하다. 길고 긴 인생 한 번씩 변화를 바시도 해보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특별히 쫓기는 일정도 없으니 여유롭다. 제주여행은 놀멍, 쉬멍, 먹어 멍, 즐기는 여행이란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오늘은 날씨도 좋다, 일요일이라서 근처 가까운 방주 교회를 가보기로 하고 집을 나왔다. 묵고 있는 숙소는 시골 같은 위치라서, 근처에 슈퍼와 음식점도 없다. 옆집은 귤 밭이 있고, 가을에 오면 풍광이 더 좋을 듯하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관광지가 아닌 일상적인 생활은 하는 동네 모습이다. 밖에는 보이는 사람도 없다. 여기 타운하우스는 3동이 있는데 사람들 모습이 보이 지를 않고 조용하다. 올레길 걷고 쉬고 즐기기에 딱 좋은 동네다.
방주교회 외관
물 위에 지어진 방주 교회, 지금은 신도들이 예배를 보는 시간이라고 안내가 말을 한다. 예배가 끝나고 관광객은 조용히 교회 안을 들어갈 수가 있었다. 교회 안을 들어가니 넓지 않은 내부는 특이하면서도 예뻤다. 여느 교회와는 다른 분위기. 음악을 듣는 콘서트홀 같은 느낌이 왔다. 삼각 지붕으로 된 천정은 빛이 쏟아져 들어올 것만 같았다. 교회 벽면도 나무 기둥과 전부 유리로 되어 있어 빛이 들어오고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특별한 공간이다. 말없이 기도드리는 순간, 경건하고 엄숙해져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내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 되었다.
방주교회 내부
방주교회는 일본의 건축가 이타미 준 이 지었다고 한다. 교회가 물 위에 떠 있는 모양이다. 교회 주변 둘레를 물을 채워 놓았다.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성경에 나오는 바다의 방주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방주 교회라 했다고 한다. 교회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나무들도 배를 지탱하는 것 같고 지붕도 마치 커다란 배의 모습 같은 특이한 건축물이다. 주변은 초지도 넓고 시원스럽다. 옆에는 카페도 있어 쉬어 갈 수도 있어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방주교회 지붕과 옆 물의 정원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포도 호텔로 이동을 했다. 겉보기에는 웅장하지도 않고 단층으로 지붕이 둥글고 청록색을 띠고 있다. 포도송이를 닮아 포도호텔이라 한다. 포도 호텔도 일본의 자연주의 건축가인 이타미 준이라는 분이 건축했다고 하니 제주도와 자연이 그분에게 영감을 주었나 보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곳도 입구부터 호텔이라기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져 편안하고 시골 동네답게 여유롭다.
포도호텔 들어가 전 정원과 멀리 보이는 파란 지붕의 포도 호텔
자연주의 철학과 예술정신이 녹아 있는 호텔 내부도 그림을 장식해놓아 품격이 있고 아늑하고 멋진 곳이다. 창밖 나무와 잔디를 바라보며 먹는 식사 또한 여유있고 한가로워 마음이 풍요롭다.
"오늘 점심은 막내 사위가 산데요" 막내딸에게 부탁했나 보다. 자녀들 많으니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요즘만큼만 여유를 부리고 산다면 신바람 나는 인생이 될까? 잠시 자신에게 물어본다. 이런 일상이 항상 이어진다면, 감각이 무심해져 기쁨이 덜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즐기는 시간이기에 감동이 온다..
포도호텔 입구 돌 하르방
점심 후 오 설록 박물관을 갔다. 웬 자동차가 그리 많은지, 정말 여기는 관광지답다. 제주도에 몇 번 왔지만, 오 설록은 처음이다. 차를 좋아하는 나는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박물관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만든 차도 많고 맛도 있다. 차 문화 체험과 다양한 차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차를 접목한 화장품 내지 많은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오설록 뮤지엄 외부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큰 기업에서 운영하는 만큼 시설도 잘 되어 있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으려 해도 줄을 한참 서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말 그대로 북새통이다. 나는 차 마시는 곳에서 시음을 하고 발효차를 샀다. 차를 하는 사람들은 차가 떨어지면은 양식이 떨어진 것처럼 허전해서. 마실 차가 넉넉해야 마음이 든든하다. 더 세심히 보고 차도 마시고 싶은데 사람은 많고 여유가 없어 즐길 시간이 짧다.
시간은 금방 물 흐르듯이 간다. 저녁때가 되어 해먹 빌리지로 돌아와 저녁을 해서 먹는데 둘째 딸이 말한다. "아빠 엄마 놀라지 마세요, 가영이 지금 중경에서 비행기 표 없어 다른 곳 경유해서 제주도로 오고 있어요" 우리는 놀라서 " 무슨 일이니?" 미리 말하면 못 오게 할까 봐 말하지 안 했다고 한다. 가족이 멀리서 비행기까지 타고 움직이면 불안하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한국까지 4시간 비행인데 다른 곳 경유 제주까지 오려면 도대체 몇 시간을 비행기 타고 오는 걸까?
그 말은 듣는 순간부터 걱정이 되어 신경이 쓰인다. 제주 공항에서도 남원읍까지 오려면 차가 있을는지, 그것부터 알아본다. 패션 주인에게 물어보니 마지막 버스 빨리 찾아 연결하면 밤 11쯤 이곳에 도착할 거란다. 서로 카톡 하고 연락하고 야단이다. 정말 애들은 겁이 없다.
우리 같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여하튼 셋째 딸의 용기와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막을 수가 없다.
피곤은 하지만 잠을 잘 수가 없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혹시 버스에 남자가 있어 밤에 나쁜 생각을 하면 어쩌지, 어젯밤 올 때 보니까 길거리 가로등도 없고 여기는 너무 캄캄한 시골길이던데. 요 즈음 어찌나 세상이 어수선한지 밤길에 여자 혼자 다니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 더욱이 낯선 곳은 두려운 건데, 잘 오겠지, 생각하다가도 염려되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해먹 빌리지 타운하우스
아빠와 둘째 딸
패션에서 5분 거리에 편의점 앞에 차가 정차를 하고 사람을 내려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딸들 둘이 마중을 가고 11시 30분쯤 되어서야 셋째 딸은 둘째와 막내와 함께 들어오면서 " 아빠 엄마 가영이 왔어요" 하면서 들어온다. " 이게 웬일이니" 우리는 이산가족이나 만난 것처럼 반가워 얼싸안고 눈시울을 적신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와 멀리서 온 딸을 보니 기쁨이 눈물이 되어 목이 멘다.
"그래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애들은 어떻게 하고" 물어보니
" 미리 말하면 못 오게 할까 봐 말 안 하고 왔어요, 중경에서 상해 경유 비행기가 없어 6시간 대기하고 여기까지 16시간 걸렸어요,
이런 날 맨날 있겠어요, 시간은 다시 올 수 없잖아요,
마음으로 달려온 비행 16시간,
아빠 엄마가 우리들 위해 살아온 세월만큼
되겠어요" 그 말에 또 울컥 해진다.
"고생했다." 남편도 딸을 안으며 고마움에 등을 두드린다.
우리는 어쩌면 다시 못 올 삶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전력을 다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일 일도 모르고 사는 우리네 인생, 오늘만큼은 사랑이 마음을 포근히 감싸 않는 따뜻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