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과 결혼 50주년 을 기념하다 (4 )
제주 물영아리 오름 오르기 제주도에 가서 오름을 올라가 보면은 또 다른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기회가 항상 있는 건 아니니,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바로 실행해야지 내 것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름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 어느 오름을 올라갈까? 지도를 보던 딸들이 "여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물영아리 오름이 있는데,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 영화 촬영지이네요."
"거기 좋다. 가자" 의견 일치로 숙소에서 서둘러 나갔다. 어제 막내딸은 서울로 올라가고, 둘째 딸, 셋째 딸과 함께 물영아리 오름을 향해 출발을 했다. " 가영이 안 왔으면 어쩔 번 했니? 운전할 사람 없어서", 사람이 궁하면 통한다고, 어쩌면 안 되는 일이 있으면 또 다른 길이 있나 보다.
물 영아리는 자연이 아름답고 넓은 들판에 노루들이 뛰어놀고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은 노루는 없고 노란 씀바귀 야생화가 넓은 들판에 많이 피어 있어 너무 예뻤다. 주차장도 넓은데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입장료도 없고, 우리는 들뜬 기분으로 숲 속으로 들어가 오름을 올랐다.
산길을 조금 걸어가니 나무 계단이 수직으로 이어져 있어 오르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계단 옆으로는 곧게 뻗은 나무들이 무성해서 터널들이 만들어지고, 이 많은 계단을 만드느라 멀 마나 많은 수고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기도 깨끗하고 마음이 상쾌해진다.
물 영아리 오르는 계단 길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다 보면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계단길을 오르다 힘들면 쉬도록 만들어 놓은 곳, 땀을 식히며 두 부부 네 명이 쉬고 있으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들지요?" 말을 건넨다.
"어디서 오셨어요?" 물으니
" 작년에 서울에서 이주해서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친구네도 불러 이렇게 함께 지냅니다."
라고 말한다. " 여기에서 어떻게 지내시는 데요?
" 놀며 쉬멍 먹어 멍 " 그렇게 지냅니다."
" 제주 살기는 어떠세요?"
"이곳은 인심도 좋고 동네 밭작물 중에서 상품가치가 아닌 것을 얻어먹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많아 배울 것도 많고 여유롭게 운동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느 때부터 인가, 제주 살아보기가 유행이 되었다. 도시의 바쁜 생활에 쫓기듯 사는 삶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고 자연과 하나 되어 생활할 수 있는 제주도 살아보기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가뿐하다. 흐르는 데로 자유로움을 누릴 것만 같아 좋아 보이 기만하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꾸어 볼 일들이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은 집안 친척들 행사도 많고 꼭 참여를 해야만 하는 아주 복잡한 생활을 해 왔다. 살던 곳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은 시절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삶에 가치도 변하고,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은 옳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넓다랗게 펼처진 초지, 사슴이 뛰어 논다는 초지에는 야생화가 피어 아름답다
물 영아리 분화구 습지
땀이 식을 만큼의 쉼을 가진 후 다시 오르고 올라 한 시간 남짓 오르니 물병 아리 분화구 습지까지 올라왔다. 물영아리는 화산 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분화구 내의 습지이다. 이곳 오름은 하천이나 지하수 등 외부에서 물이 유입되지 않고 오직 비가 내려야만 물이 공급되는 환경인데도 다양한 습지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희귀한 수생식물도 보이고 이름 모를 곤충들도 날아다니며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움이 아름답다. 쉴 수 있는 휴게실도 있다. 사람도 없고 조용하니 새소리 바람소리마저 청량하고 편안하다. 나뭇잎들도 자잘하게 흔들렸다.
물영아리 습지에 대한 설명을 보고 하염없이 습지를 바라보고 있는 셋째 딸
딸들과 한참을 쉬면서 " 참 좋구나"라는 말이 그냥 나온다. 우리는 자녀들과 함께 살면서는 여행하고 산에 오르고 그럴 여유도 없이 살아왔는지, 사느라 바쁘기만 했던 시절이다. 지금 젊은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면 많은 격세 지감을 느낀다. 애들과 살면서 문화생활과 여가를 보낼 시간은 생각도 못하고 살았는지 아쉽기만 하다.
내려오는 길은 계단길이 아닌 쉬운 길이다. 딸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내려온다. 언제 이런 날들이 또 있을지, 마음이 애틋해지기만 하다. 들꽃을 꺾어들은 아이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며, 마치 산골소녀가 되어 소설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들꽃을 든 두 자매는 말했다. 예쁜 들꽃 보세요
산을 내려와도 주변은 식당도 없다.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제주도 동문 시장을 구경 갔다. 제주를 대표하는 시장 중 하나라고 했다. 제주 특산물 시장 중 하나이고 없는 게 없다. 사람들도 많고 활기가 넘친다. 관광객들 마지막 코스라고 한다. 제주 특산물을 사서 택배 보내고 딸들에게도 선물을 사 주었다.
부모 자식이라도 받기만 하면 재미없다. 주는 것이 있어야 즐겁고 마음이 흐뭇해진다. 여행 중에는 맛있는 것 먹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제주도답게 천혜향 종류의 선물세트가 엄청나게 쌓여 있고 보는 사람의 시각 미각을 자극해 사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다음날은 아쉬운 제주여행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짐 싸고 숙소를 나오려니, 섭섭했다. 며칠 동안 마음이 부풀어 기쁘게 보냈던 시간들이 되돌아와 허전 함으로 밀려온다. " 며칠 잘 쉬었다 갑니다"
주인에게 인사하고 돌아서서 나오며 해먹 빌리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서서 나 왔다.
셋째 딸은 렌터카 돌려주고 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에 탑승을 하고 떠나는 걸 보는 마음이 짠하고 아린다. 자주 볼 수 도 없고, 몇 시간을 걸려 중국 중칭까지 가려는지 까마득하기만 했다. 멀고 먼 곳에서 가족을 만나려 힘든 시간 도마다 않고 달려와준 셋째 딸의 따뜻한 마음이 기특하다.
둘째 딸과 비행 탑승 시간이 여유 있어 공항 근처 유명하다는 육개장 해장국집을 찾아갔는데, 기다리는 사람 줄이 길다. 남편은 기다리고 딸과 함께 주변을 한번 둘러보는데, 천연 염색 가계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는 감염색 천이 유명하다. 염색천으로 만든 옷과 천이 많았다. 항상 가지고 싶던 감염색 인견천을 득탬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기분이 마냥 흐뭇했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먹은 육개장 해장국은 정말 별로 맛이 없었고,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음식이다.
이제 행복했던 시간들과의 헤어짐이다. 삶이란 항상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고,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삶의 길이 있다.
둘째 딸 이 계획하고 다른 딸들이 함께 해준 우리 부부 결혼 50주년 제주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시간들이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지만 흘러가버린 시간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고스란히 현제에 쌓여 우리 삶의 역사 속에 남아 있으리라 본다. 우리 부부는 딸들에서 받은 여행의 큰 선물로 추억하며 몇 년은 행복해하면서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