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이삼일 정도 시니어 클럽에 나간다. 그곳에 가면 나와 같이 시니어에서 붓글씨를 쓰는 83세되신 어르신이 있다. 둘이서 만나면 스스럼없고 친근하다. 벌써 일 년이 넘게 만나고 있다. 어르신은 붓글씨를 쓰고 나는 그림은 그린다. 서로가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자기 할 일 만한다.. 어르신은 살짝 귀가 안 들리셔셔 말하는것 좋아 하지 않는 듯 하다.
나는 그림을 그린다 나하고 짝이신 어른이 쓰는 글씨
그림이라고 하지만 거창한 것이 아닌 조그만 꽃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처음부터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캘리 붓글씨도 연습해 보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지금은 꽃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르신과 나는 시니 예술단에 소속되어 있다. 붓글씨를 써온 시간이 무려 10년이 넘었다 하니 대단하다.
오늘은 가을비가 내리고 날씨도 선선하다. 시니어 사무실에 나가니 어르신은 벌써 나오셔서 글씨 연습을 하고 계신다. 참 성실한 분이다. 언제나 말없이 꼿꼿한 자세로 글씨를 쉬지 않고 쓰고 계신다. 오늘 같은 날은 따끈한 차를 한잔이 작은 즐거움이다. 차를 우려드리며 말을 건네본다.
"3일 동안 쉬는 날 뭐하셨어요"? 귀가 어두운 어른은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 되도록 말을 크게 한다.
"나 오늘 열이 좀 있어, 내가 마음 상한 일로 속상해서 그런가 봐" " 왜? 무슨 일 있으세요"? 하고 물어보나.
어르신은 자초 지종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편과 다투시고 마음이 편치 않아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마음이 아프다. 어르신은 나이가 80이 넘으셨어도 텃밭도 혼자 하시고 부지런하셔 남편을 알뜰이 살피시고 연세 들었어도 지금까지 자식들에게 반찬까지 만들어 택배 보내시며 그 연세에 열일을 하고 산는 걸 보면서 놀랍다.
가끔은 당신 살아오신 이야기를 전설처럼 들려주신다. 나는 그럴 때마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을 해 드린다. 나이 든 사람들 삶이 그러하듯 옛 어른들은 우리 세대보다 더 고생을 하셨다. 어려운 살림에 자식들은 많고 모셔야 할 어른들 까지, 거기다 남편은 얼마나 권위적이고 부인에게 함부로 하는지.
그 어르신도 다른 분들과 다르지 않았다. 자녀들 칠 남매 낳아 기르고 결혼까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공부하고 싶은 열정에 검정고시로 중학과정,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치시고 전문대까지 당신 힘으로 공부를 해낸 열정이 많은 어르신이다. 나이 드신 지금 생각하면 살아온 세월이 허망하다는 말씀도 하신다.
그 분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 현명하게 살고 계신다. 시니어 일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전동차를 타고 다닌다. 문제는 남편 어르신은 집안일을 하나도 도와주지 않으신다고 한다. 자식들 멀리 있고 누가 당신 맘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마음이 외로우신 듯해 나는 매번 잘 살고 계신다고 어르신 칭찬을 하며 등을 토닥여 준다.
그날은 "나 더는 못살겠어" 하시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짠 하다. 왜 그리 나이 든 어른은 아내 귀한 줄을 모르실까. 정말 이해가 안가는 나이드신 분들이 많다. 글씨를 좀 쓰시더니 멍하니 앉아계신다. 나이 들면 그렇지 않아도 슬프고 외로운데 곁에 있는 사람이 함부로 하고 마음을 몰라 주면 외롭고 사는 게 슬프다.
나는 마땅히 위로의 말이 떠오를지를 않아하는 말이 "어르신 그래도 자식 낳고 살았는데 어떻게 해요? " 그 말에 따라 대답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이혼은 못혀" 그렇게 말하고 전동차를 타고 집으로 가시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예전 어른들은 사랑보다 내 주어진 자리에서 자식을 위해 체념하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저 주어진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자식 낳고 그 자식을 위해 인생을 마친다.
인생을 두려움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상대가 상처를 주어도 내가 받지 않으면 그뿐이다. 어렵고 힘든 일이 찾아오면 누구에게도 의지 않고 홀로 당당히 살아가야 한다. 내가 느끼는 행복의 기준은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
나이 들면 사람마다 자기만의 행복의 기준이 있다. 내 방법대로 행복하고 살기를 바램을 가져 본다. 내 짝꿍 어르신은 그 분만의 행복이 마음안에 있을 것이다. 그분의 행복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