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의 낭만 시 낭송

한길 문고 문화 공간에서 성악과 시낭송 이 있었다

by 이숙자

시월의 마지막도 며칠 남지 않았다. 주변은 아직 단풍이 보이질 않고 가을이라는 느낌이 없다. 아마 가을이 천천히 오려나 보다. 나무마다 노랗고 빨간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을 볼 때 가을이 왔구나 싶은데 , 지난 며칠 전 갑자기 날씨가 영하권을 오르락내리락 겨울이 오는 줄 알았다. 웬일이지 모르겠다. 세상이 하도 어수선 하니 날씨마저 이상하.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정원 나무도, 매일 산책하는 공원의 나무들도 단풍이 든 나무는 아직 없다. 지금이 여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무들은 푸르름을 간직한 체 초록 초록하고 있다. 단 한 가지 가을이 지나가는 걸 느끼는 벚나무는 벌써 나뭇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 체 겨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낮이면 베란다 창을 넘어 거실로 들어오는 가을 햇살 만이 가을을 알려준다. 참 신기하게도 계절마다 햇살 느낌이 다르다. 가을 햇살은 포실포실하고 쓸쓸하면서 그윽하다. 계절의 신비일 것이다.


가을이 오면 생각이 많아진다. 말이 없어도 같이 있으면 마음이 가득 해지는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어 진다. 그와 함께 포실한 햇살 아래 차 한잔 마시며 가을 노래를 듣고 싶다. 가을 햇살은 쓸쓸하지만 그만의 향기가 있다. 가을은 외롭고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라서 좋다.




이틀 전 한길 문고에서 노래와 시 낭송회가 있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 서점인 한길문고 문화 공간에서 열리는 노래와 시 낭송은 가을밤 낭만을 불러온다. 마치 메마른 나무에 물을 주듯 우리 마음을 촉촉이 적셔 준다. 우리 삶에서 음악과 시가 없으면 얼마나 삭막할까 싶다.


노래와 시가 만나는 밤 한길문고 문화공간은 또 다른 색깔로 변신을 한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노랫소리가 감미롭다. 얼마 만에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되는지 멋지다. 가을에는 '시월의 마지막 밤'에 라는 노래를 한 번은 듣고 가을을 보내야 한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테너 성악가 목소리가 마음을 포근히 녹여 준다.


바로 이어 군산 시 낭송회 회원의 시 낭송이 있다. 은은한 불빛 아래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 낭송을 한다.

박노해 -시인의 굽이 돌아가는 길

이기철-별까지는 가야 한다

임상화 -뺏었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윤동주- 별혜는 밤

서동주- 무등을 보며

박노혜- 감사한 죄

문태준- 맨발


여성회원 두 분과 남성 회원 한분 셋이서 계속 이어 낭송을 한다. 정말 온 마음을 다해 감정표현을 하면서 시 낭송을 듣고 있으면 시에 감동이 되어 울컥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특히 박노혜의 '감사한 죄' 시를 듣고 있으려니 엄마 생각도 나고 나도 몰래 울컷 하며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회원들의 낭송이 끝나고 객석에서 시 낭송할 분 하라고 호명을 한다. 나는 한길 문고 시 낭송회가 있을 때마다 무대에 나가 시 낭송은 못하고 낭독은 한다. 낭송을 하려면 시를 다 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낭독은 책을 보고 읽는 거라서 부담은 없다. 내 목소리가 예쁘지 않지만 정말 좋아하는 마음으로 당당히 무대에 올라 시 낭독을 한다.


나이가 들면 부끄럼이 없어진다. 어느 자리에 가든 담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시 낭송 행사가 끝나고 짐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시어들의 여운이 남아 내 발길을 따라 집으로 온다. 집에 와서 다시 한번 시를 찾아 읽어보고 다시 한번 감동을 한다. 어쩌면 시인들은 사람의 마음을 그리도 절절하게 보여 주는지 놀랍기만 하다. 감미로운 시어들이 포근히 마음 안에 안긴다.


그날은 시월의 멋진 가을밤이 이었다. 삶은 수많은 요인들이 우리를 흔들고 좌절하게 만들지만 내가 만드는 삶의 일상 속 기쁨으로 살아간다. 내 몫의 인생은 따로 있으며 내 몫의 행복도 따로 있다. 나는 내 방식대로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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