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이었다. 봄이 오는 길목이지만 언제나 삼월 초 날씨는 춥고 을씨년스럽다. 한길 문고에서 에세이 쓰기 수업을 하면서부터 나의 서른 살 어린 친구들과 인연은 시작되었다. 거의 큰 딸 나이인 50대 후반부터 막내딸 나이 40대 초반인 나이까지, 서른 살 연하 친구들은 글을 쓰면서 만난 고마운 친구들이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환경에서 새로운 곳으로 진입은 나름 두려움과 또 다른 설렘이었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신경이 많이 쓰이는 어려운 일이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의 도전은 용기가 필요했었다. 나 자신은 나이를 의식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 시선으로 보면 나이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 망설이며 머뭇거릴 수뿐이 없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할 일을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모르면 용감하다' 고, 매번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듬더듬 쓰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글쓰기 도전은 준비도 없이 용감했다.
얼마 전 한길문고에서 정명섭 작가의 강의를 들었다. 책을 145권이나 출간한 작가님은 지금도 글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 많은 책을 출간한 작가님도 글쓰기가 어렵다고 말하니 우리 같은 연륜이 적은 사람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글은 잘 쓰려고 신경 쓰다 보면 더 어려운 듯하다. 내가 쓰는 글은 날마다 소소한 일상들을 담담히 생각나는 대로 쓰고 있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나이 많은 어른 노릇을 해서는 안된다. 내 의견과 틀려도 고집스러움은 더욱 삼가야 한다. 그냥 관계에서 물 흐르듯 흘러가듯 편하게 놓아둔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서로 편하다.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에게도 나는 언제나 경어를 쓰려고 노력을 한다. 가깝지 않은 상대에게 말을 놓을 때는 자칫 경계가 무너져 불편해지며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사람과의 만남에서 관계 설정은 민감한 부분이다. 관계에서 벽을 허물면 흉허물 없이 가까운 면도 있겠지만 때때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람은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인격체이다. 가까운 마음에 흉허물이 없다고 마음 놓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말로 자칫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기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적당한 거리와 존중이 필요하다. 존중이란 가족은 물론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꼭 유념해야 할 일이다. 나보다 서른 살이 더 어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더 유념하는 일이다.
내 딴에는 많은 걸 섭렵하고 부지런히 살아왔었지만 글쓰기는 처음 시도해 보는 생소한 일이었다. 무리에서 피해가 없도록 긴장이 될 수뿐이 없었다. 글과 관계되는 책을 찾아보고 유 티브를 보면서 그냥 담담히 작가님의 조언에 따라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내가 공부했던 글쓰기 모임에서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은 나뿐이었다.
늦게 만난 글 쓰기 친구는 내 인생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 글 쓰면서 만난 새로운 인연도 필연처럼 내 삶 안으로 들어왔다.
젊은 날부터 문학은 늘 내 삶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음속에 언제나 용암처럼 뜨겁게 끓고 있으면서 솟구쳐 오르기를 기다려왔었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 깊숙한 곳 내면세계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이야기들을 꺼내여 세상과 소통하는 나날은 내가 참아왔던 숨쉬기 운동을 하는 듯 살아있는 나를 발견하고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세상 속 사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자연과도 대화를 하면서 마음 안에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삶이 여유롭고 새롭다.
글을 쓰면서 우연히 만난 서른 살 어린 친구들이 내 삶과 함께 했다.
사람은 살면서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 우연이라 여겼던 기존 인연들도 지나고 보면 필연이었고 필연이라 여겼던 인연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우연이었다. 만남에서 우연과 필연은 내 마음에 만들어지는 것이니 나는 다만 마음을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지금 만나는 인연이 최고의 인연이라 여긴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과의 관계가 형성되고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관계로 이어지며 인연을 만난다. 사람과의 만남은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다. 서른 살 이상 어린 친구들은 어쩌면 모두 딸과 같은 나이다. 그 안에서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을 한다. 말도 언제나 경어를 쓴다. 말을 놓을 때는 자칫 경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다도를 하면서 익숙했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금까지 인연과 내가 몸담아 왔던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설고 생소한 곳에서 시작이다. 새로운 시작은 셜레임과 두려움이 섞여 내게로 오는 감정의 기복을 느낀다. 느낌, 사람을 새로 만나고 가까워지는 시간은 길다. 사람과의 만남은 그냥 만남이 아니다. 그 사람 인생이 나에게로 전부 오는 것이다.
인생은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다만 인생이란 강을 단번에 건너뛸 수는 없다. 사람과의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간다. 삵과 사람 앞 에디 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생과의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 이기주의 인문학 산책> 중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아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많은 걸 공유하며 내 삶이 축척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때가 되면 만나고 때가 되면 멀어진다. 인연이란 바람과 같은 것이라서 바람 따라오면서 인연이 다하면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연이었던 것 같다.
지금 만나는 인연이 최고의 인연이라 생각하며 감사하다. 곁에 있던 인연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붙잡으려 해도 잡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흘러가는 구름처럼 흘러가고 추억만 남는 것이 인연이었던 것 같다. 가면 가는 것이고 오면 오는 것이다.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 삶의 순리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사람과의 관계, 내게로 오는 인연에게 나는 마음을 다하고 싶다. 내 삶을 빛나게 해 주는 인연은 어느 날 홀연히 찾아온다. 삶에서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