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은, 해야 할 몫이 있다

강의를 할 때마다 목 스카프 선물을 했다 선물은 언제나 설렌다

by 이숙자

시월과 십일월, 가을이 오면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낯선 사람이 아닌 매번 만나는 문우들이다. 강의라고 말하기보다 세상을 더 오래 살아온 선배가 누적된 삶의 경험을 전해 주는 시간이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참석해 준 분들이 고마워 이벤트를 하듯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싶었다. 부담 없는 선물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도 똑같이 기분도 좋으며 마음도 가볍다.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평소에 잘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이 없을까? 생각 끝에 가을이나 봄에 목을 감싸는 예쁜 목 스카프 생각이 났다. 마음으로 결정을 하면 곧바로 실행을 해야 한다. 미루면 생각이 흩어진다. 서울에 살고 있는 막내딸에게 전화를 했다. " 엄마가 목 스카프가 필요해, 네가 사서 택배로 좀 부쳐 줄래?" " 알았어요." 막내딸은 곧바로 대답을 한다. 우리 집 물품 구매 담당은 막내딸이 한다.


막내딸이 시간을 내기 쉽고 기동력이 빠른 이유도 있다. 물건을 보는 안목, 일 처리도 곧 잘한다. 그쪽으로 탁월한 재주가 있는 듯하다. 예전에 사업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직업이 수없이 많다. 우리가 미쳐 알지 못하는 직업군도 많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해가고 나이 든 우리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숨이 차다.


지난번 첫 번 강의 때, 막내딸은 남대문 시장에 까지 가서 선물을 사서 택배로 보내 주었다. 강의 끝나고 전해 준 작은 선물에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어 잘 된일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선물을 받고 두 손을 올려 하트까지 그려 주는 모습이 흐뭇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작은 거라도 주는 것이 좋다. 특히 나이 들면 자꾸 나눔을 하고 살아야 한다. 부모 자식은 물론이고 특히 손자들까지도 주어야 한다.


딸이 많은 우리 집은 각자가 우리에게 해 주는 역할을 나눠서 한다. 막내딸이 보내 준 택배를 받아 다림질을 하고 문구점에 가서 예쁜 포장지를 사다가 포장을 했다. 선물은 받을 때 정성이 느껴져야 기분이 좋다.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 선물인 것이다. 스카프 하나하나 꽃무늬가 예쁘다, 선물을 받는 분들이 모두가 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더욱이 나이 들면 나이 든 사람 몫이 있다. 사람들 만남 속에서 정돈된 부분이 있고, 본인 생각으로 판단한 언어를 사용하기보다는 공감하는 언어를 쓰는 것도 나이 든 사람의 자세다. 평온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좋은 부분이다.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 방법은 호기심을 버리지 않는 것이라 한다. 항상 젊은 사람 감각을 가지고 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나이 든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이전에 감정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던 부분도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꽤 좋은 거다. 젊은 날의 열정은 사라졌지만, 젊은 날 이전에 가파르게 바라보았던 시선도 유연해진다. 복잡했던 마음도 내려놓으면 마음이 평화롭다.


두 번째 강의 때는 더 많이 사서 택배를 막내딸이 보내 주었다. 지난번 섭섭했던 사람도 나눠 주기 위해서다. 사람과의 관계되는 곳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길문고에서 글쓰기를 하면서 맨 처음 알게 된 인연은 에세이 쓰기 2기다. 그 중심에는 배지영 작가가 있다. 무슨 일을 하던 서점과 관계되는 일은 배 작가님을 통한다. 사람을 존중하는 자세도 배려라는 생각에서다.


한길 문고 서점에는 상주 작가 사무실이 있다. 아담하게 작은 공간이다. 강의 끝난 다음 날, 목 스카프를 들고 서점을 찾았다. 배 작가님에게 선물을 전하니 스카프 하나를 목에 두르고 소녀처럼 밝은 미소를 띠며 좋아한다. 작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에 내가 더 기분이 좋다.


에세이 2기, 참석하지 못한 선생님들에게 줄 스카프를 꺼내 놓고 배 작가님은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면서 한길문고에서 찾아가라고 말한다. 다음에 모이는 기회가 있으면 단체로 목에 두르고 나오라는 당부를 한다. 우리는 서로로 하나로 연결된 사람들이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은 생각이다. 서로가 외롭지 않게...


배 작가님은 "목수건 사진을 찍으며 선생님 글 쓰세요"라고 말했다. 별스럽지 않은 이런 주제로 어떻게 글을 쓰나 하고 망설이면서 시간이 꽤 지나갔다. 지금 결국 글을 쓰고 있다. 글감은 작은 것 하나에도 관심과 의미를 부여하고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 하면 글이 될 수 있음에 가끔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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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 출석하지 않은 분들 목 스카프


내 작은 선물이 스토리가 만들어져 마음이 흐뭇하다. 나눔은 즐거운 것이다. 나이 든 사람 몫이라는 것을 새삼 가슴에 남는다. 내 나이는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익숙하며 살아야 할 나이다. 나의 노년은 매력 있는 노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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