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온다구요' 노래를 들으며

올 겨울 첫눈이 왔다

by 이숙자

날마다 자고 일어나면 습관처럼 베란다 너머 창밖을 보며 날씨 이야기부터 한다. " 여보, 오늘은 날씨가 흐리네요?" 부부만 사는 집은 별스럽지 않은 화제로 말문을 연다. 오늘은 온통 하늘이 어두컴컴하다. 금방 무엇이 올 것만 같은 하늘이다. 날씨가 흐리면 마음도 흐려진다.


드디어 군산에도 첫눈이 내린다. 제법 굵은 눈발이다. 와!! 첫눈이 온다. 매년 겨울이 되면 오는 눈이지만 내리는 눈을 보면 소녀 감성으로 돌아간다. 나이만 먹었을 뿐이지 마음은 젊은 사람이나 똑같다는 어른들 말씀이 틀리지 않는다. 나도 가끔은 내 나이를 잊고 살고 있다.


벌써 유 티브에서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 구요' 음악을 들으며 눈이 오는 창밖을 바라본다. 희미하고 머 어먼 옛날, 눈 오는 날 추억을 더듬어 본다. 눈 오는 날은 왜 그리 마음이 시리고 누군가가 그립고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소녀적 감성이 감당이 안되어 내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눈을 맞으며 눈길을 하염없이 걸어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항상 외로웠던 기억이다.


추억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삶의 흔적이다.


시화 카톡방에서는 아침부터 야단이 났다. 첫눈이 온다고 첫눈 시를 올려놓는다. 박모니카 선생님이 올려놓은 시를 읽으며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마음이 포근해진다. 시인은 어쩌면 사람 마음을 그리 잘 헤아리는지. 젊어서 특별한 관계를 가진 사람과는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을 했던 것 같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가 좋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는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로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워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이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 오는 날, 잠깐 감상에 젖어 음악도 듣고 시도 읽으며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신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오늘이다. 오늘이 가고 또 내일이 올 것이다.

삶은 그렇게 이어진다. 또 먼 훗날 오늘을 기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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