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서점이 두 곳이 있다. 집에서 10분 거리인 한길문고가 있고, 아파트에서 길만 건너면 예스트 서점이 있다. 서점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가까운 친구가 곁에 있는 듯 친밀하다. 서점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어 어쩌면 퍽 행운인 셈이다. 나는 멀리 시내에 나가지 않아도 내가 사는 곳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산다.
서점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작가님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어느 날 그림책 김지연 작가님의 '호랑이 바람' 그림책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날 강연을 들을 듣고 난 후 그림일기 쓰고 싶은 사람 희망자 명단을 그림책 책방 지연 선생님이 받았다. 나는 사실 그림일기라는 걸 한 번도 써본 경험은 없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은 늘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기회가 왔구나 싶어 용기를 내어 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해서 그림일기 시작을 그림책 엔 책방에서 시작을 했다. 회원 수는 일곱 명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알맞은 숫자다. 내가 아는 사람은 두 사람이고 다른 분들은 모르는 분들이었다. 처음에 만나 자기소개를 하는데 거의가 나이는 나보다 서른 살 아래인 사람도 있고 다양한 나이층이다.
글을 썼던 에세이 팀에서와 똑같이 은 상황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얼마큼 자라면 본인의 자아를 찾아 무엇이라도 취미활동을 한다. 내가 젊을 때는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없었다. 나는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 취미 활동은 많이 해왔다. 지금은 어디 곳을 가도 내가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다. 나이가 많이서 신경 쓰이는 일도 있지만 적응도 잘한다.
거의 딸들과 나이가 같은 세대 들이다. 공부는 나이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그냥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생각을 많이 하고 머뭇거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나는 내 의지를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도전을 한다. 늦었다고 망설이면서 훗날로 미루면 때는 이미 늦고 만다. 사람 사는 일은 모두가 때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림일기에 관심이 있었다. 그림일기는 평소 생활에서 느낀 간단한 소감을 글로 쓰고 그림을 그리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김지연 작가님이 주제를 내주셨다. 자화상, 자기의 손, 자기가 싫어하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 나중에는 자유롭게 그리면서 작가님은 영상 줌으로 만났다.
일기란 자기 안의 내밀한 속살을 꺼내여 글로 쓰고 공유를 하면서 마음이 더 가까워졌다. 작가님은 우리에게 칭찬과 정보도 주신다. 사람은 저마다 바쁘고 남을 위해 시간을 내어 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님은 매번 우리를 위해 금요일 시간을 비워 놓고 우리와 함께 해 주시고 도움을 주셨다.
김지연 작가님을 만나고 환대하는 마음에 대해 공감하면서 닮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이 환대를 받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나의 존재감을 살려주는 일이다. 작가님은 모두에게 환대를 하면서 사랑을 나눠 주시는 밝고 명랑한 기운을 가지신 분이다. 처음 그려보는 그림이지만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는 시간은 나에게 위로였다. 글을 쓰는 행위나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는 일이 곧바로 나와의 만남이 되면서 삶에 대한 통찰에 생각이 많아졌다.
'군산의 칠공주' 김지연 작가님이 우리에게 명명해 준 이름이다. 이 나이에도 공주소리가 가당치도 않는데 나는 다른 회원과 똑같이 공주 소리를 듣다니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칠공주는 마음이 다 순박하고 따뜻하다. 남의 일이 내일처럼 서로를 응원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 지금은 그림들을 너무 잘 그려 아마추어 딱지를 떼도 하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림들을 잘 그린다. 내가 보아도 놀라운 그림 솜씨다.
우리 그림일기 팀 서은경 선생님 그림
김정희 선생님 그림
그림책 눈 아이 표지 그림 황금련 선생님 그림
새 그림
강 윤희 선생님 그림
민망하지만 내 그림도 올려 본다. 모두가 어찌나 그림을 잘 그리는지, 프로답다. 어제는 연말이 돌아오고 마음들이 이상한가 보다 카톡 방이 야단 법석이다. 모두가 마음 따뜻한 댓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해 준다. 어쩌면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그리 예쁜 말들을 하는지... 그중에 으뜸인 정희 샘 댓글이다.
' 저는 어제저녁 그림을 그리려고 앉았는데 문득 이런 인연도 없다 싶을 만큼 그림일기 샘들이 생각났습니다. 지연 작가님, 숙자 샘, 안나 샘, 은경, 윤희, 금련. 지연 샘, 이름을 불러 보고 얼굴도 떠 올렸답니다. 모두가 저에게는 고맙고 감사하고 마음 가는 인연들입니다. 이런 따뜻한 인연을 오래 지으면서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 보았습니다. 마주 앉아 따뜻한 차 마시전 날이 그립습니다.' 김 정희 선생님이 보내 준 내용이다.
정희 샘 글을 읽고 내가 답을 했다."참 울컥하고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정희 샘, 샘의 깊은 마음씀에, 인연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고 하데요, 아마도 필연이 아닐까요? 따뜻하고 훈훈한 마음을 전해 주어 참 좋습니다. 어느 날, 차 마시며 즐길 날이 오겠지요? 지연 샘 가계를 접는다고 하니 맘이 더욱 시큰합니다.
많은 날, 추억이 켜켜이 머물러 있는 이곳 그림 책방, 지연 샘의 마음은 얼마나 시리고 아플까 싶어 집니다. 삶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우리도 시간 속에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하나는 우리의 만남은 이어진다는 사실 하나를 위로해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음의 열정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한 우리는 그대로 가는 인연일 것입니다."
댓글을 달고 나니 다른 샘들도 마음이 울컥해지는 댓글들을 많이 단다.
얼마 전 그림책 엔 책방에 몇 사람 모였을 적에 책방지기 지연 샘은 책을 한 권씩 선물해 주었다. 그 책은 다름 아닌 지연 작가님의 신간 '아기 포로'였다. 선물을 받고 "왜?, 무슨 일이에요?" 물어보니 다음 달 이면 책방을 접는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하고 물으니 책방을 더 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 책은 생각보다 팔리지 않고 월세는 부담이 되고 더는 버틸 수 없어서 접는다고 말한다.
그림 책방이 연말을 기점으로 문을 닫는다는 말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의 아지트가 없어진다. 그러나 다른 방법을 찾아 우리는 모일 것이다. 내가 만난 서른 살 어린 친구들이 곁에 있어 내 늙음이 정지된듯한 기분이다. 모두가 감사한 인연이다. 어제 카톡 방에 올라온 댓글은 감동이 되는 글이 많았지만 이곳에 다 올리지 못하는 아쉬움에 글을 하나 더 써야 할 듯하다. 글이 너무 길어질 듯해서 다 못 올린 것이 유감이다. 참 모두가 따뜻하고 감사한 인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