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날.
" 동생 저녁밥 먹었어?
" 예, 밥 먹었어요, 그런데 입맛이 하나도 없네요. 무얼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아요." 암 수술을 받고 퇴원한 동생의 대답이다. 입맛이 없다는 동생 말을 듣고 신경이 쓰인다. 무얼 먹여야 할까? 몸에 면역력이 있어야 항암치료받기가 좀 나을 텐데 싶은 마음이다. 옆에 사는 여동생이 사골을 좀 고았다고 한다. 나는 무얼 좀 해 줄까?
동생이 수술 전에는 잘 지내겠지 하는 마음으로 전화도 자주 하지 않고 살아왔다. 사람 사는 일은 아무도 모른다. 남동생들 중에 제일 건강했던 둘째 동생이 암이란 병이 찾아올 줄은 예기치 못한 일이다. 암이란 병은 수술을 했다고 끝난 건 아니다. 항암치료를 해야 하고 늘 몸에서 오는 변화를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다.
동생의 고달팠던 지난 삶을 돌아보며 마음은 애틋하고 안쓰럽다. 사람 사는 일이 참 쉽지 않다. 많은 고생 끝에 이젠 좀 편히 살려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병이 찾아와 힘들게 한다. 수술 전에 가끔 동생과 전화를 하면, " 누나, 나 요즈음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해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흐뭇했었다. 사람이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혼자서 여러 생각이 든다. 사람의 일생이란 간단하지가 않다. 늘 긴장의 연속이다.
아침을 먹고 정육점을 갔다. 수술을 한 동생이 입맛이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 무얼 먹어야 입맛이 날까? 신경이 쓰인다. 여하튼 밥을 잘 먹어야 면역력이 생기고 병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김치에다 돼지 등갈비를 넣고 김치찜을 하기 위해 등갈비를 사려 갔다. 김치찜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고 만들기도 쉽다.
먼저 돼지고기 등갈비를 사 가지고 와서 찬물에 담가 놓는다. 우선 핏물을 빼기 위해서다 20분 정도 후에 커다란 냄비에 김치를 머리만 자르고 김치를 듬뿍 넣고 된장도 한 수저 정도 넣은 다음 들깨 가루도 조금 넣고 등갈비와 함께 중불로 2시간쯤 푹 끓인다. 양파도 썰어 넣는다. 맨 마지막은 대파도 썰어 넣고 불을 끄면 등 갈비 김치찜이 완성된다.
등갈비 김치 찜김치는 부드럽고 갈비도 다 살이 말랑하게 익어 맛있는 등갈비 김치 찜이 완성된다. 커다란 냄비에 하나 가득 끓인 김치 찜과 여동생이 준비한 사골과 반찬을 차에 싣고 전주로 달려갔다. 앞으로 항암 치료를 몇 번을 더 할지는 모르지만 밥을 잘 먹고 몸이 좀 우선해야 치료도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김치가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나는 등갈비 김치찜은 밥도둑이다.
동생집에 도착해 보니 집안이 아주 끼끗해졌다. 딸과 사위가 와서 버릴 것은 더 버리고 새로운 살림을 준비해 놓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 혼자 살면서 청결한 환경을 만들지 못한 점에 딸 둘이 마음이 아펐나 보다. 새로운 환경으로 바꾸어 환자의 기분을 전환해 주려는 딸의 생각도 기특하다. 냉장고에 먹을 것 채워 주고 돌아 나오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잘 바라보고 세심히 살펴보아야 하는 일이다. 사람이 몸이 아프면 우울하고 마음도 시리다. 누군가 좋아해 주는 관심이 마음의 긴장을 풀리게 할 것 같다. 어려 운 일이 있을 때 가족은 삶의 희망일 것이다. 그 희망을 붙잡고 어려운 날을 견뎌기를 바라본다. 그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자기 만의 몫이다.
사람은 살면서 아프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누구나 아프고 산다. 그러나 옆에 보호자인 아내 없이 몸이 아플 데 때 오는 외로움과 서글픔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동안 멈추었던 기도라도 해야 할 듯하다. 누구나 오는 자기의 어려움을 견뎌 내려면 마음에 무장을 하고 담담함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 런지 생각한다.
삶이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살아 있는 동안은 잘 살다가 어느 날 가야 할 때가 되면 조용히 가는 거지. 그게 인생이고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