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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Mar 18. 2022

찻잔 속 매화꽃 향기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 지요    김용택


매화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 선 푸른 댓잎이 사운 데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았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나요.


김용택 시인의 아름다운 시어들이 마음을 간지럽힌다.

몇 년 전 매화가 만발한 섬진강 가 매화마을을 남편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내가 느꼈던 마음이 김용택 시에 다 담겨 있는 것 같아 이곳에 시를 옮겨본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시계의 톱니바퀴 돌듯  세월은 어김없이

돌고 돌아간다 계절의 순환 법칙을 거르지 않고 우리를 찾는다.

신은 우리에게 어쩌면 그리 아름다운 모든 자연을 

선물하는지 오묘한 자연의 법칙이다.


봄이 오면 내게 매화꽃을 선물하는 사람이 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그리운 님 반기듯  버선발로

마중 나가 두 팔 벌려 꽃을 안는다. 

매화 향기 사람향기에 취한다.

 내게로 와 준 봄이라서 더 고맙다.


매화는 일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꽃이다

고귀하고 맑은 품격이 선비를 닮았다는 꽃이기도 하고

겨울 추위를 이기고 맨 먼저 꽃을 피우고

향기를 전해 주는 꽃이다.


 유리병에 꽃을 꼽는다.



내 좁은 다실은 매화향으로 가득하다. 뜨거운 물을 끓이고

찻잔을 데워 차를 우린다. 고요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차를 우리는 마음은 나를 놓아 버린 무아의 순간을 느낀다. 

봄이 온통 내게로 온 것만 같다, 


매화꽃 향기는 내 삶의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산다는 건 별거 아니라고 그냥 살아보라 말을 건넨다.



매화꽃을 띄워 차를 마신다. 입에 한 모금 머금은 차는 매화향이 그윽하다.

차를 하고 내가 누리는 가장 여유로운 시간, 

나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고요하다.

한잔의 차는 천년의 여유를 가져다준다. 

나는 오늘 이 한잔의 차로 더 바랄 것 없는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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