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벚꽃이 필 때면

겹벚꽃이 필 때면 결혼기념일이다

by 이숙자

겹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우리 결혼기념일 왔구나 하고서 알게 된다. 어느덧 결혼 55년 차,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반세기가 넘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55년 전 결혼식을 마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익산을 가고 있었다. 차창 밖 가로수 벚꽃이 한잎 두잎 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 마음과 닮은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 온다.


내 마음대로 살았던 자유로움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눈앞에 보인다. 층층이 살아계시는 시어른들, 시댁과 가족들과의 관계부터 걱정이 되었다.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에 대한 설렘 반, 두려움 반이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남편을 믿고 결혼은 했지만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나를 기다린다.


몇 번 만나지 않고 결혼한 남편은 서먹서먹하고 말이 없어 더 어렵기만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빨리 결혼을 결정하고 후다닥 결혼식을 했을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반세기가 넘어간 그 시절 이야기는 꼭 소설 속 남의 이야기인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했던 그날들이 영화 필름을 되돌리듯 가물가물 기억 속에 떠오른다.


어제는 우리 결혼기념일이었다. 매일 일상이 그러하듯 아침을 먹고 공원 산책을 갔다. 옛날 결혼 식 때를 상기하듯 겹벚꽃은 곱게 피어있다. 그냥 벚꽃과 달리 연 분홍 겹벚꽃은 색깔부터 고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치 새색시 예쁜 치맛자락 같은 느낌이다. 아, 나도 분홍빛깔처럼 곱던 시절이 있었지, 분홍 꽃을 보며 새색시 시절로 돌아가 본다. 꽃 분홍치마를 곱게 입었던 그 시절.


글을 쓰고 있으려니 갑자기 예전 오래된 유행가 '봄날은 간다' 노래가 생각난다. 곧바로 유 티브에서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 노래를 들으며 만감이 교차한다. 결혼을 하고 참 많은 이야기를 쌓아왔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릴 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애 봄날은 간다.' 정말 봄날이 가고 있다. 애절한 유행가 가사가 오늘따라 가슴을 파고든다. 옛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왜 그리 가슴을 절절하게 해 주는지 마음이 애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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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산 사과 꽃


지금 생각하니 참 좋은 계절에 결혼을 했구나 싶다. 세월이 가면서, 나이가 들어가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감회가 새롭다. 내가 왜 유달리 4월을 좋아하나 생각하니 나에게는 특별한 계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날마다 매번 마주 하는 자연이지만 오늘따라 바라보는 꽃들이 더 귀해 보인다. 겹벚꽃도 예쁘고 요즈음 하얗게 피어 있는 야생 사과 꽃 또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배지영 작가의 '군산'이란 책에서 '빈해원' 편에 우리 부부의 에피소드 가 나왔다. 그 이야기를 읽고 남 편과 약속을 했다.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빈해원에 가서 밥을 먹기로. 지난해는 약속을 지켰다. 그런데 올해는 안 가겠다고 하신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기도 하지만 님편은 지금은 위가 안 좋아 중국음식을 되도록 먹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집에 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남편은 소바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나는 메밀 콩국수를 먹고 오늘 하루를 결혼기념일을 소박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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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와서 맨 처음 남편과 밥을 먹고 결혼 약속을 했던 중국집 빈해원이 그대로 있다. 빈해원은 1951년 중국 산등성 사람들이 6 25 사변 때 부산으로 피난길에 배가 고장이 나서 군산에 정착하고 살면서 영업을 하게 된 집이다. 군산에서 아주 오래된 중국집 영화 촬영도 하고 쾌 유명한 집이다.


우리 부부에게는 추억이 남아 있는 식당이다. 그 오랜 세월을 지나고 아직도 남아있으니 고맙고 감사하다. 오늘 그곳에서 점심을 먹지 않은 것이 섭섭하다. 나중에 딸들과 사위들이 오면 '빈해원'에 가야지, 하고 마음을 달랜다. 지금도 관광객이 군산에 오면 줄을 서서 먹는 유명한 집이다.


어찌 됐든 55년 주년 결혼기념일까지 남편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손에 잡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만 하면 아름다운 삶을 살아왔다고 말하고 싶다. 삶의 의미와 행복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라 말을 한다. 아름다움도 행복도 마음 안에 있다. 가장 현명한 삶도 자연과 함께 박자를 맞추며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욕심이 있다면 남편과 같이 소박하게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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