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아프다

손목이 아프고 보호대를 하고서 생각하는 일

by 이숙자

일요일, 저녁을 먹고 세수를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오른손이 끔벅하는 느낌이 오면서 손목이 아파 움 직일 수가 없다. 조금만 움직이려고 해도 악 소리가 나올 정도다. 세수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원래 오른 손목이 가끔씩 시큰거리고 아프면 파스를 부치고 다음 날이면 괜찮았다. 어제 같은 상황은 처음 있는 일이다. 순식간에 손을 쓰지 못하고 한 손으로 세수를 마치고 나니 마치 장애인이 된 듯하다.


한 손으로 손목을 잡고 동전 파스만 부치고 내 방 침대로 가서 누웠다. 손목이 아프니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 조금 만 팔을 움직여도 '악' 소리가 나도 몰래 나왔다. 아픈 손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얼마나 많은 날 이 손으로 많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던가, 새삼 아픈 내 오른손을 바라보며 울컥하고 해 온다.


이 나이 가 되도록 수많은 삶의 혼적을 내 손은 알고 있다. 아무리 내 몸, 내손이지만 너무 혹사시키지 않았나, 손에게 미안해진다. 새삼 지난 시간들을 되돌려 본다. 날이면 날마다 눈만 뜨면 오른손으로 가족들 밥도 해주고 생활의 모든 부분을 손이 해 왔다. 특히 컴퓨터로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오른손은 내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 같은 역할을 한다.


밤새 자고 일어나면 파스의 효과를 좀 보려나 기대를 했지만 다음 날, 아픈 건 마찬가지다. 조금 아플 때는 파스만 부쳐도 다음 날은 괜찮았다. 손은 붓고 손목은 여전히 아프다. 냉장고 문조차 열 수 없을 정도다. 남편을 불러 옆에서 도와 달라고 하고 겨우 아침을 먹고 설거지는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 결혼하고 아마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늘은 별 수 없다. 웬만하면 남편에게 설거지를 맡기지 않는데 손목이 너무 아파 움직 일 수가 없으니 도리 없다. 서둘러 정형외과에 갔다. 주말을 보낸 후라서 그런지 병원 안에 사람이 많았다. 아픈 사람이 그리 많은지 한참을 기다리면서 마음은 초조하다. 뼈가 부러졌으면 어떡하지? 예전에도 팔목을 다쳐 기브스를 한 달 반을 하고 고생한 적이 있어 염려가 된다.

손목 보호대를 한 손

의사 선생님을 보고 손목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는 않고 손목뼈 중에 돌출된 뼈가 있어 아픈 거라고 한다. 일주일 정도 약 먹고 상황을 보자고 하시며 손목 보호대만 해 준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도 너무 무리한 손을 쉬라고 아픈 게 아닌지 생각해본다. 오는 길 한길 문고에 들려 어제 북비자 할 때 주문해 놓은 책을 두권 찾아 집으로 돌아온다.


북비자에서

돌아오는 길 아파트 울타리에 피어있는 빨간 장미가 마음을 위로해 준다. 꽃을 보면 사람 마음이 환해진다. 그래, 다행이다 이만 하기를. 집에 가서 책이나 싫건 읽어야겠다. 북비자에서 산 책값 두 권은 47000원인데 6000원에 샀다. 좋은 걸 선물 받은 느낌이다. 그러면 뭐하냐 병원비는 몇만 원 쓰고 오면서, 혼잣말을 하면서 웃는다. 웃을 일이 있어 좋다. 내가 필요한 책을 너무 싸게 샀다.


사는 건 매번 울고 웃는 일이 함께 한다. 이틀 지나니 오늘은 손목이 조금 괜찮다. 글은 쓸만하다. 며칠을 못 참고 컴퓨터를 하고 있으니 나도 참 못 말리는 사람이다. 손목은 점점 나아질 거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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