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3일 째다. 내가 코로나 확진이 되고 우리 집은 말이 사라졌다. 지금 확진이 되지 않는 남편과 함께 동거를 한다. 동거는 하지만 나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맨 먼저 '굿모닝' 하던 인사도 사라졌다. 오늘 아침도 일어나니 목 이 잠겨 완전 말이 안 나온다. 나는 말 대신 손만 흔들고 아침 준비를 한다. 장애인들이 수화를 하듯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어제 아침은 깨죽을 끓여 먹었지만 오늘은 곡물 식빵을 사다 놓은 것이 있어 빵을 굽고 냉장고에 있는 사과 한 개 꺼내여 깎고 토마토 2개는 올리브유를 넣고 프라이팬에 볶다가 계란 2개 풀어넣어 익힌 뒤 작은 접시에 나누어 담는다. 식빵 두쪽과 계란과 토마토, 사과 반쪽 블루베리 주스 한 컵 그게 우리 집 아침 식사 메뉴다.
남편 몫은 식탁에 차려 놓고 내 몫의 음식을 쟁반에 담아 서재로 들어와 책상에 놓고 문을 닫는다. 남편도 나도 마스크를 쓴다. 거리두기는 당연하다. 동거는 하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 지낸다. 잠시 방에서 나와 볼일이 있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 피하고 거리는 둔다.
참 기이한 현상이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사람 사는 일은 항상 양면성이 있듯이 내가 코로나 확진이 됐다고 다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점도 있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 서재에 있으면 내가 무엇을 하든 남편은 노터치다. 다른 날 같으면 많은 제제를 받는다. 운동하라.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마라. 완전 초등에게 훈계하는 선생님 같이 내게 잔소리가 많은 남편이다.
처음에는 싫고 힘들었는데 나를 위해 보호자 노릇을 하는 남편에게 야속하다고 할 수도 없다. 원래 성정이 깔끔하고 자기 의지대로 사는 사람을 이제 내가 고치려들면 서로 충돌만 있을 뿐이다. 그런 가 보다 하고 그냥 놓아둔다. 이 나이에 보호자가 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 삶이란 언제나 완벽함은 없다. 다른 좋은 점이 있으니 중화하면서 사는 거다.
참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코미디 같은 날들을 살고 있다. 이런 일이 있다니 누가 보면 폭소를 할 것 같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다. 각자의 공간에서 식사를 한다. 남편이 식사를 다 했는지 가만히 귀 기울이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때를 이용해 주방으로 쟁반을 들고나간다. 그런데 남편이 먹은 그릇은 깨끗이 설거지를 해 놓는다. 웬일인지 모르겠다. 그 점은 좋은 점이다.
다른 때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남편은 안방 목욕탕에 가서 양치를 하는 동안 나도 내방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각자의 공간에서 하루를 보낸다. 남편과 되도록 거실에서 마주치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쓴다. 혹여 내 곁을 지나는 일이 있으면 화들 짝 놀라서 피한다. 참 살면서 이런 일이 있다니 별일이다.
서재에 앉아 요것 저것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런데 먹는 것 가지고 치사해서 말 안 하려 했는데 우리 남편은 참 몰라도 너무 모른다. 딸들이 서울에 살면서 어제는 군산 삼계탕 잘하는 집에서 배달을 시켜 주었다. 엄마 밥하기 힘들고 맛난 것 먹고 빨리 회복하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 준다. 그 집 삼계탕은 맛이 있고 양도 많다.
그런데 삼계탕 한 그릇은 양이 많아 혼자 먹기는 힘든다. 그래서 한 그릇 가지고 둘이 먹자고 하면서 덥혀 주었더니 나는 국물과 닭살 한 젓가락만 주고서 혼자 다 드신다. 정말 크게 한 젓가락이다. 아니 환자는 누군데 혼자만 생각하는지 정말 이건 어이가 없는 일이다. 나머지 한 그릇을 데워 먹을 수도 있지만 다 못 먹는데 그렇것까지 할 일은 아니다. 왜 먹으며 먹지 안 먹으면서 불평을 하는 가?라고 할 수 있지만 별로 생각이 없다.
단지 자기만 아는 남편이 서운하다는 거다.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다. 우리 남편만 그러나, 그건 모르겠다. 항상 자기가 주인공이고 상대를 생각안 해 주는 남편이 미울 때도 있다. 몇십 년을 같이 살고 더욱이 나이 들면 남자들은 밖으로 나가지를 않고 집에서 마누라에게 온갖 상관을 다 한다. 남편들이여 제발 각자의 사 생활 다름을 인정하고 신경을 좀 꺼 주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이란 존재는 소중하니 사람 마음을 모르겠다.
코로나 확진으로 하루하루 보내는 시간이지만 서제에서 놀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피곤하면 의자에 앉아 매미 소리 벗하여 한 여름의 정취를 맘껏 누리고 있다. 창문은 열어 놓고 있으면 바람이 창문을 넘고 건너와 같이 놀자고 얼굴을 간지럽힌다. 파란 하늘 한번 보고 매미 소리 벗하여 시간을 보내다 보면 코로나도 물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