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억새

남편과 친구 부부와 청암산 가을 풍경 억새 밭 구경하기

by 이숙자

10월이 오면 가을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음을 알린다. 볼에 스치는 바람과 높은 하늘과 구름, 꽃들도 가을꽃들이 있다. 가을을 상징하는 것들은 많다. 낙엽과 억새도 가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가을이 오면 내 마음마저 산란해져 가을이 나를 밖으로 불러낸다. 이 멋진 가을날 집에서 보내기는 마음이 외롭다.


내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 청암산은 억새밭이 있다. 봄이면 봄대로 파릇한 잎새들이 유혹하고 가을이 오면 억새풀이 나를 불러낸다. 가을이 왔다고,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날마다 선물 같은 날들이다.


청 암산 억새밭


어제는 남편의 절친 부부와 청암산 억새를 보기 위해 가을 나들이에 나섰다. 나이가 들면 멀리 운전하는 일이 부담이 된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을을 만나려 간다. 우리의 삶은 언제 어떠한 경우가 올지 모른다. 날마다 그날그날 하루를 선물처럼 즐겨야 한다. 마음은 항상 알고 있지만 몸을 움직이는 일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남편 절친 부부와 만남을 오래전부터 미루어 오던 차 어제 만남을 가졌다. 청암산은 우리 집에서 차만 차면 20분 남짓한 가까운 거리다. 나는 밖에 나갈 때마다 찻잔과 차를 준비한다. 잠깐 쉬는 동안 마시는 차 한잔은 마음의 여유를 찾기 좋아서다.


청암산 도착을 하니 연휴라서 그런지 주차장은 차를 주차하지 못할 정도로 만원이다. 온통 사람들은 가을맞이를 하려고 밖으로 나왔나 보다. 세상에 멀리 부산에서 까지 이곳을 찾아온 분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가을은 정말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삶을 즐기는 여백은 건강이 허락할 때 즐기는 일이다.


청암산은 호수를 끼고 한 바퀴 도는 코스도 있고 산을 오르는 등산코스도 있다. 억새 밭이 있는 둑에 오르니 억새가 막 피여 너무 아름답다. 억새도 피고 나서 오래되면 억새가 피어 하얀 털이 날아다니고 잎은 누렇게 갈색이 되어 예쁜 모습이 아닌데 오늘은 알맞은 날 억새를 보려 왔나 보다. 핀지 얼마 되지 않은 억새는 윤이 나고 잎도 아직은 파래 싱싱하고 너무 예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청암 산 억새 밭


친구는 인생을 같이 하는 동반자와 같은 관계다. 삶의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면서 살고 있는 절친은 가족과 같은 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고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친구들이 있어 마음은 휑하고 쓸쓸하다. 남편의 절친은 네 명 있었는데 지금은 다 세상을 떠나고 남편과 한 사람만 남았다.


두 사람은 보는 것만도 애달프다. 수 없이 많은 세월을 함께한 추억이 깊다. 남자들은 더 많이 걷고 허리 수술을 한 남편친구 짝은 나와 함께 정자에 앉아 차 한잔을 하면서 쉬고 있다. 바람은 선들 불고 어디에서 숨어 우는지 풀벌레 소리는 가을이라고 알려 주는 것 같다. 말이 없어도 자연 속에 있으면 내가 바로 자연이 된다. 곁에 보이는 야생화마저 친근하다. 옆 도토리나무에서 도토리가 떨어진다. 도토리 몇 알 주어놓고 차를 마신다.



눈에 보이는 자연은 언제나 마음이 푸근해진다. 곧 있으면 마른풀들이 되고 꽃은 지고 말 것이다. 자연은 자연의 시간표대로 살아간다. 부지런을 내지 않으면 예쁜 모습일 때 꽃들을 볼 수가 없다.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도 부지런해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지고 만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소멸하는 때가 있다. 사람도 가고 눈에 보이는 자연도 시들어 간다.


차 마시며 눈에 보이는 풍경


점심은 가까이에 있는 막국수집에서 먹었다. 다른 날과 같이 이 집은 언제나 사람이 많다. 우리는 막국수와 메밀 전병을 맛있게 먹고 식당과 가까운 '모예' 카페로 갔다. 지난번 딸네 가족과 왔을 떼 너무 예쁜 모습이 인상에 남아 남편은 친구에게 보여 주려고 다시 왔는데 연휴라서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 정신이 없다. 남편 친구 부부와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본다. 처음 온 사람은 넓고 예쁜 정원에 놀란다. 사람이 많은 공간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 소란하고 운치가 없다. 사유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차을 한잔씩 마시고 곧바로 나오고 말았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정신 적으로 피곤하다.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와 남편이 살았던 들길을 한 바퀴 돌아본다. 곧 있으면 추수를 해야 할 듯 벼들은 노랗게 익었다. 말 그대로 들판은 황금 들녘이다. 이 많은 논농사는 누가 지었을까? 끝없이 넓은 들판을 보며 놀랍다. 올여름 비는 많이 왔지만 벼농사는 풍년이다. 벼가 익은 들판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풍요롭다.


들녘에 익은 벼

시골 마을도 요즈음은 집들을 너무 예쁘게 지어 놓고 풍요를 누린다. 옛날 힘들게 살았던 세상과는 너무 다른 곳이다. 집에 자가용이 없는 집이 거의 없이 주차해 있다. 시골길과 마을을 한 바튀 돌고서 가을 풍경을 마음에 담는다. 혼자 보다 둘, 둘보다 넷이 함께 가을을 보내고 추억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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