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리움 전에 가다

by 이숙자

만추의 가을, 가을은 이상하리 만치 사람이 그립고, 보고 싶고,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다. 가을 사색의 계절에 특별한 전시회에 다녀왔다. '그리고 그리움' 이란 전시회. 가을에 어울리는 팜 풀랫이다. 유화 그림 40점을 그린 작가는 나이 지긋한 중년이다.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여러 가지 사회 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다. 주변에 따뜻함을 전하고 또한 본인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KakaoTalk_20221109_151822032.jpg
KakaoTalk_20221109_151908446.jpg

전시회 팸플릿 전시회 유화들


그 많은 시간을 남을 위해 내어 주고, 어느 결에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까지 하는지 그 모습을 보고 생각이 많아진다. 얼마나 열심히 살아 냈을까? 참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 계시는 것 같다.


나는 시 낭송 모임에 가입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은 낯이 익지 않다. 우연찮게 만나게 된 인연이라서 아직은 회원들 삶을 깊숙이 알지는 못한다. 그 모임의 회장을 하고 계시는 분의 초대글을 받았다. 지금은 사람이 모이는 게 자꾸만 귀해진다.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으면 발길을 멈추고 살려고 하는 게 요즈음 세태다.


KakaoTalk_20221109_151945933.jpg


전시회 장에 많은 그림이 있지만 내 눈에 뜨이는 그림이 있다. 소소한 일상들 소재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 것이 더 친근하다. 장독대의 할머니와 바닷가에서 조개를 캐는 할머니 모습도 더없이 따뜻한 그림이다. 거기에 소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 또한 가장 서민적인 삶의 모습이다. 행복이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찾아온다.


사람이 어찌 이해관계만 생각하고 살 수 있으랴, 행사장은 많은 활동을 하신 작가님의 이력만큼 지인들이 제법 많이 모였다. 다소 곳 하고 조용한 가운데 행사는 마무리되고 그림들을 감상한다. 먹을 것도 풍성하게 준비를 해 놓아 모인 손님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도 마음이 따뜻해 온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수많은 날 물감을 가지고 이젤 앞에서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며 작업을 했을 그림들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울컥해 온다. 예전과 달리 나이 들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마음과 시간까지도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도 살아온 세월만큼 마음 안에 저장되여온 내 삶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삶이란 견디는 일이다. 견디고 기다림 뒤에 알게 되는 진정한 기쁨이 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자신과 수 없이 많은 시간을 외로움과 고독을 견뎌 내고 수 없이 쌓아온 시간들이 내 삶의 찬란한 별이 되는 순간이다.

평소 일상에서 눈으로 보고 자연과 함께 하며 사진 찍은 사물들을 그림으로 담아내서 더욱 따뜻한 그림이다.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혼자서 그려낸 그림이라고 한다. 누구나 자기 것 한 가지를 만들어 내려면 적어도 십 년이란 세월을 견뎌내야 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내 경험이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내가 어찌 변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도 자기완성을 위해 묵묵히 작업을 하며 몰입해 왔을 시간들, 한 사람의 능력을 발휘하며 꽃이 되어 피워냈다.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분에게 뜨거운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회장님에게 앞으로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을 느낀다. 작은 메아리는 더 큰 메아리로 내게 돌아오는 것이 삶의 진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노란 은행나무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