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폰이 고장 나서 신경 쓰이게 하더니 이제는 컴퓨터까지 말썽이다. 혼자서 이리저리 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톡으로 딸들에게 물어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서비스센터를 불러야 할 듯해서 상담을 하니 출장비와 컴퓨터 상태에 따라 비용이 정해 진다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어쩌랴 컴퓨터를 고쳐야지 글을 마음 놓고 쓸듯해서 일단 서비스 센터와 약속을 했다.
토요일 아침에 셋째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지금 군산 내려가요." "엉? 군산 내려온다고?" 딸이 내려온다고 하면 반갑기도 하지만 먼저 무엇을 해 먹일까? 무얼 해서 보낼 까? 그 생각부터 하게 된다. 김장 때가 되어 김장해서 택배 보내려면 그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요즈음은 집으로 물건을 가지려 오지 않기 때문에 택배 보내기가 쉽지 않다. 택배 내용물을 포장해서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딸이 사위랑 온다는 소식에 얼른 서비스 센터에 약속을 취소했다. 내 생각에 아마도 사위가 오면 문제를 해결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사위는 웬만한 일은 거의 해결을 하는 손이 금손이다. 코로나가 오고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일 년을 우리 집에 살면서 알게 되었다.
딸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같이 맛있는 것 먹고 쉬었다 간다고 말은 하지만 엄마 마음이 어디 그럴 수 있는 일인가. 차가 있을 때 김치랑 먹을 걸 실어 보내야 마음이 놓인다. 나는 서둘러 시장에 가서 배추와 파, 여수 돌산 갓, 무를 샀다. 그런데 다른 분들이 무만 사 가지고 가고 무청을 제법 많이 남겨 놓고 갔다.
나는 횡재를 한 것처럼 무청도 함께 가지고 집으로 가지고 와서 무청부터 삶기 시작했다. 무청은 여러 가지 것을 첨가해서 찌개를 해도 맛있고 시래기 국도 무청을 삶아서 끓인 된장국이 고깃국 보다 맛있다. 무청이 가지고 있는 효능도 많다. 삶고 말리고 그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맛있는 걸 먹으려면 기꺼이 수고를 해야 한다.
무청 말리기 무 말랭이 말리기
갓과 배추는 소금에 절이고 무는 씻어 무말랭이를 하기 위해 무를 썬다. 가을이 오면 주부들이 더 부지런을 내야 겨울 동안 먹을 것을 준비해 놓는다. 지금은 마트에 가면 없는 것이 없이 다 있지만 오랫동안 습관처럼 내 손으로 가족들 먹을 것은 준비해 온 습관이 나도 모르게 수고로운 일을 맡아서 한다.
무 청을 삶아 씻어 된장과 들깨 가루를 섞어 지퍼팩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 하나씩 꺼내여 국을 끓여 먹으면 찌개 걱정 할 필요 없이 맛과 영양을 함께 하는 밥상을 차린다.
사실은 우리 부부는 나이 들고 김치도 많이 먹지 않지만 자식들 주고 싶어 김장을 한다. 아직은 할만해서 하지만 더 나이 들고 움직이지 못할 때면 김장을 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무엇이든 줄 수 있어 기쁘다. 김장도 이제는 한 번에 다 하려면 힘든다. 조금씩 나누어한다. 무김치는 지난번 담아 보내서 더 만들지 안 해도 된다.
집안에 사람은 몇 사람이지만 혼자서 이일 저일 하려니 바쁘다. 특히 파 다듬는 일이 제일 시간이 걸린다. 나는 오랫동안 손에 익어 일은 빨리 하는 편이다. 무청은 몇 번을 삶았는지 모른다. 많은 양을 삶아 절반을 건조하기 위해 널고 나머지는 커다란 스텐 넓은 그릇에 쫑쫑썰어 된장과 들깨 가루를 넣어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해서 지퍼팩에 담아 한 끼 먹을 양만 담은 다음 냉동실에 얼려 놓고 눈 오는 겨울철, 쌀 뜬 물에 멸치를 넣고 끓이면 맛있다.
다른 해 같으면 지금 쯤 눈이 올 때인데 웬일인지 날씨가 봄날처럼 따뜻하다. 생활하기는 좋지만 추울 때는 추워야 하는데 지구가 온난화되어 가나 보다. 날이 따뜻하니 일하기는 편하다. 저녁에는 막 삶은 무청으로 시래깃국을 끓여 먹으니 고기 국 보다 맛있다. 다른 많은 반찬이 필요 없다. 겉절이와 시래깃국 생선 하나 구우면 간단한 집밥이 된다. 집밥은 가족 간의 사랑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온기를 느낀다.
며칠 할 일을 하루에 다 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가족이 있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들이 사람 사는 과정이다. 김치를 담고 나니 밤 9시가 넘었다. 자식들이 먹을 생각에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흐뭇하다.
사위는 미안하고 고마워하며 "어머니 힘드셔서 어떻게 해요. 뭘 좀 도와 드릴 일 없나요?" 나는 그 말 한마디면 된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좋아하는 것을 안다. 사위는 내가 해 주는 반찬을 좋아해서 무얼 해도 기분이 좋다. 내가 아직은 해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내 힘이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은 무얼 해도 움직여야 한다.
김치를 담아 놓고 나니 흐뭇하다. 내일 서울 올라갈 때 차에 실어 보내면 된다. 나 김치 담는 동안 사위는 어느 결에 키보드를 사다가 컴퓨터를 다 고쳐 놓았다. 다른 문제가 아니고 키보드가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그 걸 어찌 알 수가 있을까? 언제 보아도 듬직한 사람, 생각하면 할 수 록 귀한 사람이다. 사위는 어떤 인연으로 내 가족이 되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고맙고 감사하다. 정말 내 맘에 쏙 드는 사위다
할 일을 다 하고 나니 마음이 그리 후련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일 할 때는 몰랐는데 잠자려고 누워 있는데 팔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내가 안 해 주면 사 먹고살 수 있을 텐데, 나는 그리 하도록 할 수 없으니 그게 문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가족들에게 생명이 되는 음식을 해 주고 싶다. 언젠가는 더 힘이 들면 그때는 손을 놓을 것이다. 아직은 내 손으로 만든 김치를 먹고사는 가족이 있어 나는 기쁘다. 언제까지 자식에게 김치를 담아 줄까. 그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