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지만 아직도 춥지 않고 가을 이 남아있는 것 같다
셋째 딸은 언제나 가족이 모이면 어느 곳을 가야 할지 무얼 먹어야 할지, 기획력이 뛰어나다. 아침을 먹으며 우리 부부에게 제안을 한다. 우리는 그저 딸이 하자는 데로 시간을 보내며 즐기면 된다. 센스쟁이 12살짜리 손자는 아주 으젖하게 "할아버지 저 장가갈 때까지는 살아 계셔야 해요?" 그 말을 듣고 남편은 웃는다.
딸은 "아빠 우리 전주 수목원에 다녀오고 맛난 것 먹고 오게요?" 나이 든 부모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언제나 마음을 쓴다. 계절은 겨울이 오는 길목이지만 아직도 가을처럼 날씨가 포근하다. 참 이상도 하다. 다른 해 같으면 눈이 올 때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나무에는 단풍이 남아 있어 지금도 가을 같은 느낌이 든다.
<전주 수목원은 한국 도로 공사에서 고속도로 건설 시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1974년에 조성되었다. 유일한 비영리 수목원으로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 교육체험행사, 사회공헌 활동 등을 펼치며 국민과 함께 소통을 하고 전북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도로 공사 전주수목원에서
전주 수목원은 군산에서 30분이면 도착을 한다. 전주 시내에 들어가지 않고 초입에 있어서 그렇다. 수목원 주차장에 벌써 차가 많이 주차해 있어 나들이 객이 많이 찾아온 것 같다. 수목원엔 아직도 지지 않은 단풍나무가 곱다. 빈 가지로 서있는 나무도 나름 운치가 있어 우리는 낙엽을 밟고 걸으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아~~ 지금은 겨울이 아닌가 보다. 가을 단풍이 남아 있어 아직은 가을 인가 봐.
남편 몰래 한컷 찍은 사진이 자연스러워 멋지다.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본인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남편과 함께 걷는 오솔길. 산책을 할 때도 남편은 언제나 나를 보호하듯 뒤에서 걷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콧등이 시큰해 온다. 만약에 남편이 안 계시면 누가 나를 보호해 줄까.
기와지붕과 어울리는 노란 장미꽃 계절을 잊은 듯 봄에 피는 장미가 피어있다. 딸과 손잡고
장미 정원에는 마치 봄 인양 장미들이 많이 피어있어 게절이 구분이 안간다. 정말 철을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피어있는 장미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든다. 장미꽃들 너희들은 철을 모르는 꽃이구나.
우리 부부는 한 곳을 바라보며 54년을 살아왔다. 셋째 딸 부부도 서로 소중하게 알고 한 곳을 보며 잘 살기를 희망한다.
수목원을 돌아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넓은 잔디광장과 대나무 숲길도 있고, 온실도 있고,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천천히 산책을 하며 걷는 길들이 운치 있어 좋다. 딸네 가족이 바로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에 우리는 잠시 카페에서 차 한잔 하고 쉬다가 수목원에서 나왔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 남펀은 "전주는 비빔밥을 먹어야지" 하는 말에 딸이 검색해서 찾아간 집은 전주에서도 유명한 맛집이다.
사람이 줄 서서 기다리다 먹는 집이다. 다행히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음식이 깔끔하다. 바쁜 가운데도 종업원을 훈련이 잘 된 듯 질서 있게 움직인다. 반찬도 정갈하고 비빔밥도 맛있다. 후식도 차가 골고루 준비되어있다. 커피에서부터 다른 음료수까지. 사람이 많은 집은 무어가 달라도 다르다.
오늘은 전주비빔밥을 먹었다. 어제는 사위가 사준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오늘은 내가 밥을 샀다. " 왜 어머니가 밥값을 내세요?" 하고 사위가 묻는다. "전주는 내 고향이고, 나도 돈 벌 잖아, 좋은 사람과 돈을 써야지." 돈이란 쓰고 싶을 때 써야 가치가 있다. 나도 밥 사 주는 사람이다. 그 말이 좋다. 밥은 얻어먹는 것보다는 사 줄 때가 더 좋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곧장 군산으로 와서 딸네는 바로 서울로 올라갔다. 바쁜 가운데도 아빠 엄마 찾아와 하룻밤을 자고 가면서 올 때도 차가 밀려 4시간이나 걸려서 왔고 도착해서 전화가 왔는데 갈 때도 4시간도 넘어서야 도착했다 한다. 그 힘든 여정도 사랑하는 마음 하나 가지고 달려와 준 딸네 가족이 고맙다.
결국 삶이란 여행이다. 언제 어느 때 어느 정거장에서 내려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잠시 세상에 여행 온 나그네, 혹여라도 화나고 섭섭한 일이 있어도 아파하지 말자. 인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함께 하는 여행은 너무 짧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해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고 추억을 쌓으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