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기일

코로나로 3년 만에 시어머님 제사를 했다

by 이숙자



며칠 째 미세먼지가 사람 발을 묶어 놓는다. 심혈관약을 드시고 있는 남편은 미세 먼지에 아주 예민하다. 거의 날마다 폰으로 미세 먼지를 확인을 하고 나서야 외출도 하고 집안 환기도 시킨다. 그만큼 미세 먼지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산다는 일은 날마다 내 몸 하나를 지키기 위한 일이 아닐까?


그렇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어제는 미세먼지가 많아도 외출을 해야 했다. 시어머님 기일이었다. 코로나가 오면서 3년 동안 형제들이 모여 지내던 시어머님 제사를 멈추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불편했던 많은 부분의 규제가 풀린 만큼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민감하지는 않다.


큰집 형님은 코로나가 오기 시작하면서 몸이 아파 요양병원에 계신다. 큰집 아들과 며느리도 어제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번에도 제사를 그냥 넘기자는 시숙님의 전화가 왔다. 정말 올해도 시어머님 제사를 지내지 않고 넘겨야 하나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어쩔 수 없구나, 하고 포기하고 있을 때 전주에 사는 시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가 음식 준비를 해서 제사를 모시자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라도 해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아 그러자고 대답을 했다. 유난히 자식 사랑이 깊으셨던 시어머님, 아직 자식들이 살아 있지만 제사 지내는 것이 어려워 지다니 마음이 씁쓸하다.


막내아들인 시동생은 유난히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남 다르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함께 살아온 탓도 있으리라. 제사 준비는 시숙님이 다 사놓으셨다는 말을 듣고 아침 서둘러 담가놓은 고사리를 삶아 가지고 큰집으로 갔다. 항상 반갑게 맞아 주는 큰집형님이 계시지 않아 집안은 왠지 찬 바람이 분다.


시숙님이 사다 놓은 제사 장보기가 형님 게실때와 비교가 안된다. 형님은 제사 음식은 가장 좋은 것 시어머님이 좋아하셨던 음식도 좋은 걸로 골라 골고루 제사상을 차렸다. 그래서 형님이 계실 때는 시숙님과 의견이 틀려 가끔 다툼을 하시곤 했었다. 작은 집과 우리가 제사 비용을 들여도 돈을 아낀다.


오늘은 내가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 주방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그릇들은 어찌 그리 차분 차분 얌전히 정리를 해 놓았는지, 그 그릇 들은 형님의 체취가 남아 있는 듯해 괜스레 마음이 울컥해 온다. 주방의 그릇들은 주인을 잃고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듯 말이 없다. 그 그릇을 보면서 삶이 허망해진다.


산다는 것이 때가 되면 소멸되고 다 소용없는 일이구나. 애지 중지하며 아끼던 살림도 돈도 아프면 다 필요 없게 된다. 건강할 때 누리던 생의 애착은 한낱 꿈이었구나 싶다. 형님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형님은 얌전하신 분이었다. 종갓집으로 시집을 와서 어른 들 모시고 많은 제사와 가족들 밥을 해 주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자신의 이름은 없는 사람이었다. 큰집은 종가 집으로 손님도 많았고 가족들도 많았다. 주방에도 주방 뒤에 모아둔 살림도 다 알뜰하고 살림이 많기도 하다. 수많은 그릇들은 형님이 가족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을 것이고 형님의 냄새와 향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쓸쓸해 온다. 형님이지만 한 여인의 인생을 보는 듯하다.


훗날 어쩌면 내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동서와 둘이 음식을 준비한다. 몸은 조금 힘들지만 같이 할 사람 이 있고 움직여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마음이다. 제사는 부모님을 기리고 추억하며 형제들이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혼자서 말 벗이 없이 지내던 시숙님은 끓임 없이 동생들과 대화를 하신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 중에 하나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 한다. 부부는 살다가 같이 가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혼자 남아 살아야 하는 날들이 오면 그 외로움을 이겨 내는 일이 많이 힘든다고들 말을 한다. 정말 그 말에 공감을 한다. 형제들도 나이 들고 한분 씩 떠날 날들이 가까워지면서 지금 이처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3년 만에 시어머님께 제사를 드리고 시어머님을 기리는 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가벼이 하고 뒷정리까지 다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세월은 정해 놓은 시간표 대로 흐르고 있다. 오늘은 꿈속에서 라도 웃고 계실 시어머님을 만날 것 같다. "애야! 전주네야, 오늘 저녁은 너희 들이 차려준 밥상 잘 받아먹고 배 불렀다." 고맙다 고 말씀을 하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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