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봄이 오면서 사람들 마음 안에 바람이 분다. 이른 꽃소식이 들려오면서 어디론가 떠나야 할 듯 마음은 설렌다. 이런 날 마음을 같이 할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직은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보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면서 만날 사람이 자꾸 줄어든다. 어쩌면 인간세상의 거스를 수 없는 여정이며 과정이다. 매일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모른 척했던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만나고 살아야겠다.
남편과 나는 직장을 나가지 않아도 주말이 되면 쉬는 날처럼 마음이 여유롭다. 어제는 옆에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전주에 사는 남동생들이 군산에 놀러 온다고 한다. 전주에는 남동생 셋이 살고 있다. 몇 년 전 어머니 마저 돌아가시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쩍 외로워한다. 자녀들 조차 결혼해서 곁을 떠나면 더 그렇다. 가끔이면 형제들은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정을 나누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다.
어려서 어렵게 살아온 형제들은 서로를 아끼며 사이가 좋다. 어쩌면 부모님이 남겨 주신 유산이 없어 싸울 일이 없어서 그러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지만 천성이 선한 사람들이다. 어느덧 나이 70이 가까운 형제들, 세상에 남아 있을 시간이 자꾸 줄어들면서 마음이 애틋해진다. 산다는 것은 내일일도 모르기에 늘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면서 생각을 담담히 가지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
만나면 예전 살아왔던 일들을 추억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웃음꽃이 핀다. 어릴 적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마음 밭에 사랑의 씨앗 하나를 심고 사는 것 같다. 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정성을 다해 키워내야 한다. "울지 마라 사람이 산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정호승 시 '수선화' 시를 읽고 기억하는 시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란 말에 공감한다. 살아갈수록 더 깊게 느낀다. 이 넓은 세상에서 내 삶을 온통 이해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삶의 균형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들만의 튼튼한 울타리 안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 살면서 느끼는 것은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이 살아있음이다.
사람 사는 일은 마음대로 살아지는 일은 아니다. 삶이 아직도 힘든 사람이 있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불편하게 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고 살려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동생들이 고맙고 때론 마음 한편이 시리다. 가끔은 외로울 때, 힘들 때 찾는 사람은 봄날 같이 포근한 사람이다.
가끔은 사는 게 지루 할 때면 훌쩍 떠나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나면 사는 게 희망의 꽃을 피우는 일이다.
지난해 암으로 고생한 둘째 동생은 이제 거의 회복이 되어 차 운전을 할 만하다. 암에 결렸던 동생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가끔 한 번씩 둘러보기는 했지만, 늘 마음이 걸리는 동생, 항상 가족을 위해 언제나 먼저 희생하는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다. 더욱이 짝이 없이 혼자서 외롭게 살고 있는 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다 못해 눈물이 나온다.
그런데 또 셋째 동생은 눈이 나빠 수술을 했지만 지금은 한쪽은 눈이 아예 보이지 않고 남은 쪽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다. 어찌할까, 아직도 살아야 할 날이 많은데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니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동생에게 찾아온 시련이 아프다.
나이 들면 사람은 모두가 아프다. 많고 적은 차이가 있을 뿐이라 말하지만 눈을 보지 못하는 막내 남동생이 제일 안쓰럽다. 다행히 둘째 동생이 곁에 살면서 잘 챙기기는 하지만 어디 본인이 느끼는 힘듦을 다 채 울 수 있으랴. 그렇다고 좌절할 수만은 없다. 힘듬도 견디며 살아야 한다.
바닷가 라도 가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쏘이고 싶었지만 공기마저 최악이라고 외출하지 말라는 정보가 폰에서 알려준다. 외출이 불편해 밥도 동생과 함께 집밥을 한 상 차렸다. 옆에 사는 여동생은 음식솜씨가 좋다. 금방 요것 저것 한상을 차려낸다. 집에서 음식 준비하는 게 번거롭지만 마음은 더 따뜻하다.
집밥 한 상 차려 맛있게 먹으며 정을 나눈다. 사람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맛있는 음식을 좋은 사람과 먹을 때 다. 형제의 인연으로 만났으니 사는 날까지 동생들의 행복하기를 손 모아 빈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영역에서
숨을 고르고 힘을 얻고 에너지를 받으며 사는 일이다. 하루를 잘 살아낸다는 것은 마음의 안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