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이다

by 이숙자

봄. 봄이다. 며칠 사이 날씨가 포근하더니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한다. 매화는 일찍이 피어나 어제는 만개한 꽃을 보았다. 이제는 곧 낙화할 때다. 노란 산수유, 동백도 피고 하얀 목련도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들은 나 여기 있노라고 얼굴을 내민다.


어쩌면 지난해 만났던 꽃들을 기억하며 이름을 불러주어야 꽃들도 외롭지 않을 듯하다. 긴긴 겨울을 견디고 피워낸 꽃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밤의 추위를 견뎌냈을까, 그 아픔을 위로해 주고 싶다. 너의 아픔 나의 아픔 꺼내여 키 재기를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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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원은 동백 꽃과 목련 꽃


대지위에 봄의 향연이 펼쳐지면 내 마음 한 자락이 따뜻하게 데워진다. 새봄은 사람 마음에 희망과 환희를 가득 안겨준다. 그래, 세상은 아직은 살만해,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가슴이 차 오른다. 우리가 사는 삶은 한정판이라 말한다. 신은 우리 인간에게 내일을 약속하지 않기에 오늘을 축제처럼 살려한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 있다. 꽃은 피고 시간이 가면 또 지고 마는 꽃들의 숙명이다. 꽃은 보이지 않는 검불 속에서도 피어난다. 많은 역경을 견뎌 내고 꽃으로 피어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이 계절이 나는 눈물 나게 고맙다. 나이 들면서 외로움이 몸속으로 스며온다. 그 외로움을 어디에서 채울까 꽃들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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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말해 준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 거라고, 견디며 사는 거라고 내가 당신의 친구가 되어 줄게요." 가만히 속삭여 주는 것만 같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이 변화에 신기롭고 깜짝깜짝 놀란다. 3월이 오면서 꽃들은 살며시 미소를 띠며 여기저기 피어난다. 멀리 가지 않아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볼 수 있는 꽃들, 꽃들이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


겨울 동안 그냥 쭈욱 빈가지로 서 있던 나뭇가지에서 어떻게 저리 꽃이 곱게 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신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자연 앞에서 너무 작아지는 내 모습에 숙연해진다. 내 존재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예전에는 계절이 바뀌면 당연히 꽃은 피고 지고 그렇게 흘러가는 줄만 알았다.


사람의 서 있는 자리가 바뀌면 보이는 풍경이 바뀐다. 나도 누구에게는 풍경의 일부 일뿐이다. 수많은 세월에 걸쳐 사라지는 우주의 질서 속에서 우리 인간은 삶의 찰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먼지와 같은 존재가 인간이 인 것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삶의 질서 속에 살아가는 거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이치가 궁금하면서 신기하다. 특히 글을 쓰면서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모든 것이 새롭다. 쑥이 나오는 봄, 진달래도 곧 필 것이다. 매년 해마다 봄 마중을 하듯 쑥 버므리를 할 것이고 진달래 화전도 부쳐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바쁘다.


봄, 봄은 나에게는 축제를 하듯 보내는 날들이다. 이봄도 나는 봄을 즐기며 보낼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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