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삼 형제는 바람을 쏘이고 점심을 먹기 위해 선유도를 가자고 한다. 군산은 섬으로 이루진 도시라서 시내에서 새만금 방조제만 건너면 여러 섬을 구경할 수 있는 여행지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잘 찾지 않는다. 방조제는 달리는데 철인 오종 경기 행사를 하고 있어 예전에 다니던 길이 아닌 길로 바다를 가로질러 갈 수뿐 다른 길이 없었다.
그런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길만 바뀌었을 뿐인데 다른 곳을 여행하는 듯 생소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처음 가보는 비상도로는 신세계다. 넓은 언덕은 노란 금계국이 피어 꽃 천지다. 이곳은 새로운 관광지 같은 느낌이다. 6월은 가는 곳마다 금계국이 피어 세상은 완전 노란색 물결이다. 내가 살고 있는 군산은 사는 곳에서 20분만 차를 타고 나와도 이런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예전에는 보지 못한 노란 금계국이란 꽃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꽃이라 한다. 환경교란 종이라 일본에서 심지 못하 도록 되어있다고 하니 알 수가 없다.
군락으로 피어있으니 보기는 좋다. 파란 하늘과 노란 꽃의 대비는 한 폭의 그림이다.
형제들이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일은 시동생의 배려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과의 관계는 누군가 희생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원만해진다. 형들보다 나이가 훨씬 적은 시동생과 동서가 늘 우리를 위해 온갖 수고를 마다 하지 않고 배려해 준다. 참 고맙고 감사하다.
유난히 사이가 좋은 형제들은 생일만 돌아오면 만나서 밥을 먹고 정을 나누었다. 몇 년 전에는 삼 형제 부부는 6인용 승합차에 먹을 걸 잔뜩 싣고 콘도 예약을 하고 전국으로 여행을 다녔었다. 그곳 사정에 따라 밥은 해먹기도 하고 사 먹기도 하면서 여행을 해 왔다.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은 날들이다. 몇 년 지난 일인데 까마득한 옛날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지금은 큰집 형님이 요양 병원으로 들어가신 뒤 우리끼리 여행을 갈 수가 없어 멈추고 있다.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형님이 아프면서 느끼게 된다. 큰집 형님은 집안의 중심이었다. 집안의 각종 대소사는 물론 제사를 지내면서 가족들에게 넉넉히 베풀던 일, 그 모든 일은 형님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큰집에서 하는 모든 일은 멈추고 집에 가면 썰렁하니 사람 사는 집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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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려 선유도에 도착했지만 언제나처럼 주말이라서 차를 주차할 공간도 없이 사람이 많았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앞 마을 좁을 길을 조심조심 가서야 식당을 찾았다. 선유도를 숱하게 다녔지만 그곳 마을 까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다. 차에서 내려서 바닷가를 한 번 걸을 만도 하지만 마음의 여유도 낭만도 사라진 나이다.
얼마를 꼬물꼬물 산길을 가고 나서야 식당이 보였다. 식당뒤에는 자그마한 야산 식당 앞에는 바다가 보이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앞에 보이는 바다만 말없이 바라본다. 서로가 각자의 생각에 잠기는 것 같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심란하고 흥이 나질 않는다.
음식 값이 쾌 비싸다. 관광지가 그러하듯,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값이라고 생각을 하고 밥을 먹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마음을 열어 놓고 밥을 먹는 일은 정을 나누는 일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정을 나누며 밥 먹을 사람이 자꾸 줄어든다. 그게 사람 사는 과정인 걸 어쩌겠는가. 우리는 선유도에 가서 밥만 먹고 돌아왔다.
형님이 누워 계시는 요양원을 방문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 하지만 허구 한날 누워서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소용이 있으랴. 회복할 기미는 없이 누워서만 생활해야 하는 환자들, 요양원에 가서 볼 때마다 마음만 아프다. 어느 날 누가 그리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내일 일도 모르고 날마다. 살아가고 있다.
마음을 담담히 하고 살아야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는 것은 매 순간이 헤어짐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나이 들면 모든 사람이 아프다. 가볍고 무거움의 차이만 있을 뿐, 자기 관리를 잘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의 질을 보여 주는 절대적인 일이다. 노년에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 놓고 여행하며 아니 여행까지는 아니지만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으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나이 든 사람들이 바라는 가장 큰 바람이 아닐까. 늘 생각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