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었던 풍경, 그림 한점

by 이숙자

가끔이면 책상 서랍을 열어 볼 때가 있다. 필요한 물건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다가 잊었던 옛일과 마주한다. 어쩌면 책상 서랍은 내 지나온 세월의 흔적 작은 조각들이 꽁꽁 묶여 잠자고 있는 것 같아 어느 날은 정리해서 버릴 건 버린다. 자꾸 간결하게 살고 싶어서다.


내 나이 오십 대 후반 손자를 키우며 종종 거리며 바쁘게 살면서도 그냥 흐르는 사간이 아까워 그림을 배웠다. 배우는 것도 좋지만 도무지 마음이 한가롭지를 않아 견디기 어려웠었다. 사는 것이 힘겨우면 행복도 잃어버린다. 내 능력만큼 알맞은 속도로 살아가는 하는 것이다.


어제는 갑자기 필요한 물건이 있어 서랍을 열었는데 언젠가 그림을 그리며 회원들과 함께 전시했던 도록이 있었다. 이건 무슨 그림? 생소해서 바라보니 내 이름이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했을 것 같아 나는 웃음이 나왔다. 내가 언제 이 그림을 그렸나? 잠시 잊고 있었다. 동양화를 오 년 그렸다.


작품들은 지난해 딸네 가족과 살 때 살림을 버릴 때 다 버렸다. 남편은 비싼 붓도 한 움큼 다 버렸다. 올해 붓을 쓰려고 하니 버리고 없었다. 어찌나 속이 상한지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일을 다시 생각하면 더 마음이 불편하다. 잊어야지. 좋아했던 풍경이라서 그런지 그림을 바라보니 새롭고 마음이 포근해진다.


나는 아마 상상 속 풍경을 그렸을 것이다. 그림처럼 집 앞에는 냇물이 흐르고 주변은 초록을 볼 수 있는 나무 숲에서 살고 싶었다. 그건 꿈이었다. 이룰 수는 없지만 꿈을 꾸는 것은 자유다. 그림처럼 아름답고 마음에 맞는 곳이 어디에 있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꿈과 현실은 언제나 괴리감이 있다. 사람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자연 속에 살고 싶었던 것은 다도를 하면서였다. 일 년 삼백 육십오일 우주의 신비와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고 싶었다. 밤이 오면 달을 보고 별도 보고 바람소리도 느끼며 살아보고 싶었다. 아파트 콘크리트 벽안에서 세월이 가고 있음이 안타까웠다.


남편에게 시골에 가서 집 짓고 살자고 권해 보았지만 어림없는 소리였다. 남편은 나와는 생각이 달랐다. 그때는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은 남편의 생각이 이해가 된다. 젊어서와 다르게 나이 들면 의욕도 줄어들고 일이 두렵다. 지금은 비워야 할 때다. 실현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두면 힘겹다. 모든 것은 마음 작용에 의해 달라진다. 한 발 자국 떨어져 나를 바라본다.


세상사는 일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기 만의 길이 있다. 뜻대로 살 수 없어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실망할 일도 아니다. 기운이 나지 않을 땐 억지로 기분을 내기보다는 스스로 기분을 챙기면서 마음과 몸을 추스르는 게 현명하다. 자연의 흐름 데로 살아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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