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희생이고 배려다

딸들을 만나기 위해 용산행 기차를 탔다

by 이숙자

뉴욕 살고 있는 딸네 가족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설렌다.


서울 올라가려니 마음부터 분주하다. 자식들 먹을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서다. 딸들은 이제 그만 빈 손으로 올라오라고 말은 하지만 나는 아직 엄마의 정이 담긴 반찬을 포기 못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가지고 가면 좋아하고 잘 먹는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기운이 남아 있어 이 또한 축복이다.


여름이라 반찬을 택배로 보낼 수 없어 어제오늘 반찬을 만들었다. 지난가을에 말려 두었던 무 시래기를 물에 불려 삶고 된장 고추장 넣어 오징어도 손질해서 넣어 푹 끓였다. 양이 꽤 많다. 역시 시래기 음식은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맛있다. 남편과 나도 어제저녁은 무 시래기 찜으로 밥 한 공기 뚝딱 먹었다.


무 말랭이를 고춧잎 넣어 무쳤다


지난 가을 말려 놓은 무 말랭이와 고춧잎을 물에 1시간쯤 불린 다음 무 말랭이는 물기를 꼭 짜고 진 간장, 젖국, 고춧가루를 넣고 양파도 송송 썰어 넣고 김치 담듯 버무리면 여름 반찬이 된다. 무 말랭이는 세쨋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엄마 반찬은 사랑이다. 아직은 딸들 좋아하는 음식을 해 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김치는 며칠 전 담가 놓았던 열무김치 총각김치를 다 꺼내여 봉지 봉지 담았다. 자식들 먹일 생각에 마음이 흐뭇하다. 그 모습은 보는 남편은 "이제 반찬 나르는 건 그만 하지." 나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예전에는 자식들에게 무엇이든 해 주는 걸 반대하지 않은 남편이었지만 나이 든 지금은 무거운 짐 들고 다니는 것이 힘든가 보다.


은행에 가서 저금해 놓은 돈도 찾았다. 남편은 남편 몫이 있고 할머니인 나는 내 몫이 있다. 멀리 있어 챙겨 주지 못한 축하금까지 더해 두둑이 용돈을 챙겼다. 돈이란 가장 필요한 곳에 쓸 때 기분이 좋다. 내가 돈을 벌면서 느끼는 자부심이다. 예전에는 남편이 용돈 주는 걸 곁에서 바라만 보았지만 이제는 나도 내 몫으로 용돈을 줄 수 있어 기쁘다.


사랑은 희생이고 배려다. 희생이 없는 사랑은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지해 주고 감정을 공유해 줄 사람이 았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반복되고 지치는 삶 안에 없어서는 안 될 지지대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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