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라가려니 마음부터 분주하다. 자식들 먹을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서다. 딸들은 이제 그만 빈 손으로 올라오라고 말은 하지만 나는 아직 엄마의 정이 담긴 반찬을 포기 못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가지고 가면 좋아하고 잘 먹는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기운이 남아 있어 이 또한 축복이다.
여름이라 반찬을 택배로 보낼 수 없어 어제오늘 반찬을 만들었다. 지난가을에 말려 두었던 무 시래기를 물에 불려 삶고 된장 고추장 넣어 오징어도 손질해서 넣어 푹 끓였다. 양이 꽤 많다. 역시 시래기 음식은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맛있다. 남편과 나도 어제저녁은 무 시래기 찜으로 밥 한 공기 뚝딱 먹었다.
무 말랭이를 고춧잎 넣어 무쳤다
지난 가을 말려 놓은 무 말랭이와 고춧잎을 물에 1시간쯤 불린 다음 무 말랭이는 물기를 꼭 짜고 진 간장, 젖국, 고춧가루를 넣고 양파도 송송 썰어 넣고 김치 담듯 버무리면 여름 반찬이 된다.무 말랭이는 세쨋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엄마 반찬은 사랑이다. 아직은 딸들 좋아하는 음식을 해 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김치는 며칠 전 담가 놓았던 열무김치 총각김치를 다 꺼내여 봉지 봉지 담았다. 자식들 먹일 생각에 마음이 흐뭇하다. 그 모습은 보는 남편은 "이제 반찬 나르는 건 그만 하지." 나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예전에는 자식들에게 무엇이든 해 주는 걸 반대하지 않은 남편이었지만 나이 든 지금은 무거운 짐 들고 다니는 것이 힘든가 보다.
은행에 가서 저금해 놓은 돈도 찾았다. 남편은 남편 몫이 있고 할머니인 나는 내 몫이 있다. 멀리 있어 챙겨 주지 못한 축하금까지 더해 두둑이 용돈을 챙겼다. 돈이란 가장 필요한 곳에 쓸 때 기분이 좋다. 내가 돈을 벌면서 느끼는 자부심이다. 예전에는 남편이 용돈 주는 걸 곁에서 바라만 보았지만 이제는 나도 내 몫으로 용돈을 줄 수 있어 기쁘다.
사랑은 희생이고 배려다. 희생이 없는 사랑은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지해 주고 감정을 공유해 줄 사람이 았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반복되고 지치는 삶 안에 없어서는 안 될 지지대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