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변화를 통해 이해의 폭 넓히기
코칭에서 만난 홍길동 상무는 갈등 관계에 있는 중간 리더에 대한 반추적 사고로 힘들어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의 중심도 흔들리면서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에 의문을 가졌다. 나는 코칭을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실시한 다면 진단인 효과적 리더십 진단 ELA 결과보고서에 대한 디브리핑을 하면서 그의 느낌과 생각을 물어보았다. 그는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답답함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결과보고서를 보고 서로의 생각이 정말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가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마음이 더 답답하다고 했다.
사실 나는 진단 결과보고서를 보고, 그가 어떤 리더 일지 깊이 생각했다. 미팅을 갖기 전에 어떤 리더인지를 반복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실제 만났을 때, 상대방의 말을 더 폭넓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했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홍길동 상무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보고서를 읽고, 본인과 타인 간의 생각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갖고 상대방을 단정하지 않는다. 사전 준비를 통해 이해와 공감 영역을 키우는 것이다.
“보고서 전체를 종합해 볼 때,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과 불일치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평소 알고 있던 점이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에 불일치하는 것은 없고, 지금 궁금한 것은 과연 저의 리더십이 맞는 것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현재 자신의 리더십과 부원들이 지각하는 리더십 간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고, 또 임원의 리더십 기준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것으로도 이해됩니다.”
“그러네요. 말씀 듣고 보니 둘 다 궁금하지만, 지금은 첫 번째에 대한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몇 가지 질문을 연이어서 하려고 합니다. 먼저 어떤 임원이고 싶으십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어쩌면, 바로 질문하신 것이 모든 갈등의 시작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 주경야독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주위에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개척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아마 안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개인의 경쟁력이고 자기 정체성이기 때문에 알려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해가 됩니다. 사실 자기 전문분야를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존재감도 없는 것이죠.”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치열한 삶입니다. 치열함…”
그는 순간 감정이 벅차올라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내 눈물을 보이며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다. 나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느끼는 대로 두라고 요청했다.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두다 보면, 그 감정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 치열함이 그간의 리더십과 연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십니까?”
“맞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저는 그 경험을 했기 때문에 후배 직원들에게 어렵게 학습하고 경험한 것을 모두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혼자 끌어 앉고 있기보다 나눠주려고 했습니다. 후배들의 생각을 들어 보고, 잘못되었다 싶으면 곧바로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일할 시간은 부족하고 해 봐야 잘못될 것이 뻔한데 그대로 둘 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후배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사실 그랬다. 그의 리더십 행동에 대해 부원들이 정량적으로 응답한 것과 주관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작성한 내용을 보면, 일관되게 임원의 리더십이 독단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나타났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후배 직원들을 육성시키려는 관심과 의욕은 높으나 본인의 의도에 맞게 유도하고 강요한다고 피드백을 했다. 임원과 부원 간에 인식 차이가 매우 컸다.
나는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한 방법인 빈 의자 기법 empty-chair technique을 사용하여 그와 가장 갈등이 심한 부원을 빈 의자에 앉히도록 했다. 이어서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들어보고, 그때의 정서를 체험해 보도록 했다. 그는 부원의 입장이 되었을 때, 자신이 의도한 리더십이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자신이 답답했던 것처럼 그도 그랬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그는 대화 중에 감정이 고조되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에 깊이 들어가기도 했다. 마지막 역할 연기를 하면서 임원과 해당 부원 간에 느껴지는 감정에 맞게 빈 의자를 위치시켜 보도록 했다. 그는 의자를 처음보다 가깝게 가져다 두었다.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감도는 듯했다.
“지금 어떤 느낌이 드나요?”
“처음 대화를 나눌 때 보다 많이 편안합니다.”
“그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 어디입니까? 몸의 어디에 그 느낌이 있는지 그곳에 손을 가져가 보시겠습니까?”
그는 가슴의 언저리에 손을 가져갔다. (편안함을 탐색하고 calibration을 마친 후) 나는 그 느낌을 가슴 언저리에 두고, 언제가 임원의 생각과 다른 견해 차이로 감정이 격해질 때 지금의 편안함을 불러와 감정을 다스려 보도록 요청했다.
“오늘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저의 질문을 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진단 결과보고서에 나타난 상무님의 리더십에 대한 인식 차이를 떠올려보십시오. 자, 그럼 지금 보이는 것은 무엇입니까?”
“생각해 보니 상대방은 빠지고 나만의 의도와 생각에 따른 반쪽 리더십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리더십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내가 경험하고 아는 것을 모두 아낌없이 나눠주려고 했으니까요. 저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그 순간의 소중함을 모르는 젊은 후배들이 안타까웠습니다. 젊어서 아직 세상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 생각을 더 밀어붙였습니다.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싶었으니까요.”
“저는 이 순간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상무님은 정말 그런 분이십니다. 후배들을 아끼고 그들의 성장을 진정으로 도와주고 싶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저를 그렇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저도 감사합니다. 흔쾌히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가지만 더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무엇을 달리하면, 서로의 인식 차이를 좁힐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의 의도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고 당연히 알고 있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가정했다. 그는 인식의 차이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상대방이 원하는 내용이나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불편하게 느꼈을 것이다. 애초에 불편하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하지 못했다. 모두 감지덕지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