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마음 사용법
잠을 자려고 하는데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계속 마음이 떠돈다. 요즘은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 생각은 나를 여섯 살 어린 시절로 데리고 갔다. 시골 마을에 삼일장이 열리던 날이다. 장이 열리는 큰길에서 집으로 가는 방향에 한 아저씨가 지게에 노란 참외를 잔뜩 싣고 팔고 있다. 어린 나는 그 옆을 지나가다 발을 멈췄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참외를 바라보고 있다.
“참외 먹고 싶니?”
순간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참외 먹고 싶니?” 고개를 돌려 보니 아버지가 나를 쳐다보며 물으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씀하시고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서둘러 가셨다. 잠시 후 다시 오셔서 몇 개의 참외를 사주셨다. 참외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성인이 되고 어느 날 나는 참외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들려드렸고, 참외를 먹을 수 있게 된 뒷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장터에서 나무를 사기 위해 부엌에 있는 항아리 속에 돈을 넣어두셨다. 시골 장터에는 산에서 마른 나뭇가지와 나뭇잎, 솔방울 등을 갈퀴로 쓸어서 지게에 잔뜩 담아 파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장터에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사기 위해 항아리를 열어보고 돈이 일부 부족한 것을 알았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아버지가 참외를 사기 위해 써버린 것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바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집으로 가는 데 아들이 하염없이 참외를 바라보며 있는 데 얼마나 참외가 먹고 싶으면 저리 넋을 놓고 바라볼까라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그 돈을 쓰셨다.
“노란 참외”는 왜 불쑥 내 마음에 떠오른 것일까?
나의 장기 기억에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사건들이 유사한 내용을 중심으로 묶여 있다. 이러한 묶음은 여러 개가 있는데, 그 묶음들은 의미를 공유하는 정도에 따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의미 공유의 면적이 크면 연결선의 길이가 짧고 공유 면적이 작으면 연결선의 길이가 길다. 노란 참외는 여러 생각 묶음의 중심에 있다. 내 삶에서 중요하고 의미 충만한 경험이라는 뜻이다. 마치 비상연락망에서 맨 위에 있는 연락 담당이 바로 노란 참외이다. 노란 참외가 자극을 받으면, 연결선이 짧은 것부터 활성화되어 의식으로 불려 온다.
이와 같이 장기 기억은 개념들의 연합과 위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억의 내용이 회상될 때 순차적이거나 동시다발적으로 의식에 떠오른다. 따라서 노란 참외를 중심으로 기억을 떠올리거나, 노란 참외와는 관련이 없는 생각들이 불쑥 떠오르며 여러 생각으로 옮겨 간다.
노란 참외에 의해 떠도는 마음은 짧은 동영상을 보듯이 감성 돋는 시간을 내게 주었고, 내 안의 어린아이가 건강한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마음이 떠도는 순간이었지만, 인정이라는 긍정적 자기 피드백은 타인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현재의 내가 될 수 있는 뿌리이다. 떠도는 마음이 가져다주는 값진 선물이다. 하지만, 평정심을 깨트리는 방해꾼이 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집안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에 순간적으로 울적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이 불규칙하게 떠도는 이유는 뭘까?
일상에서 주변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급변하면, 당황스럽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러한 불편한 감정은 기억을 불러오는 자극제가 되어 다양한 지난 삶의 사건들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 주제에 따라 마음이 떠돌고 감정도 동요한다.
나는 전문코치로 활동하면서 기업의 경영자, 임원, 팀장 등의 리더와 일반인들을 만나 다양한 주제로 코칭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이 체험한 삶의 이야기 속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린 시절 형성된 마음은 현재 조직을 관리하고 구성원들과 성과를 만드는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나는 개인과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효과성 코칭’을 개발하면서, 실행을 촉진시키는 존재의 바탕은 마음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리더의 마음을 연구하던 중 심리학에서 신생 주제로 연구되고 있는 떠도는 마음을 만나게 되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고 자신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생각과 아는 것에 관여하는 심리기제가 서로 다르다. 생각 파트너의 브런치에서는 이 주제를 깊이 파헤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