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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Aug 01. 2020

예술가처럼 살아 본다

떠도는 마음 사용법

혼자 여행을 떠난 것은 아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일 것이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벽장을 열고 배낭을 꺼냈다. 여행용 버너를 넣고, 버너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아연으로 만든 바람막이, 버너에 불을 붙일 때 사용하는 알코올 한 통, 쌀, 오이, 밑반찬 등을 넣었다. 그리고는 여행지로 가는 출발점인 청량리역 또는 왕십리 시외버스 터미널, 또는 반포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설악산 종주, 지리산 종주, 오대산, 계룡산 등을 혼자 돌아다녔다. 계획하고 떠난 여행은 대학 친구들과의 여행, 대학원 조교를 할 때 학과에서 가는 수학여행, 사회생활을 할 때 동호회에서 떠나는 주말여행이었다. 여행을 즉흥적으로 생각하고 꼼꼼하게 일정을 짜는 방식의 여행은 결혼하고 나서부터였다. 

   

  나는 떠도는 마음이 이끄는 취미 생활을 한다. 나는 취미로 여행, 산책, 사진 찍기를 즐긴다. 세 가지 취미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으면서 여유 있게 그 순간을 즐긴다. 산책을 갈 때는 그곳에서 만나는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여행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면, 그때부터 산책이 될 수도 있고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데 있다. 사실 내가 존중하는 삶의 가치에 따른 일상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취미 활동을 통해 나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삶을 가치 있다고 여긴다.

  

  생각을 연결해서 의미를 만든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저축한 용돈으로 명동의 어느 길에 있는 노점상에서 극소형 필름 카메라를 구입했다. 교체형 필름 한 통을 구입해 써 보았다. 곧 이어서 자금난을 겪었고 그 후 커메라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것은 30대 중반이었다. 그동안 몇 차례 사진기를 교체했다. 그때마다 자동 초점이 잘되는 카메라를 찾았다. 몇 년 전에 네덜란드의 한 사진 전문가의 강의 동영상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는 사진의 선예도 sharpness 개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초점을 잘 맞추려고 하기보다, 빛이 만드는 선예도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빛이 피사체와 주위 환경의 어울림에서 만들어 내는 흑백의 명암이 선예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는 초점 맞추기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이제 자동카메라가 만드는 정밀한 초점이 아니라, 내가 직접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나는 약 1년간의 사진을 분석해 어떤 화각을 좋아하는지 찾았다. 가장 빈도가 높은 사진의 화각은 35mm였다. 완전 수동 카메라와 35mm 수동 렌즈를 구입했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사진에 대한 생각, 즉 ‘잘 찍으려면 먼저 초점을 맞춰라’는 강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런데 새로운 도전이 찾아왔다. 내가 사진을 아무리 잘 찍으려고 해도 사진에 담기는 피사체의 결과물은 사진의 기술적 성능에 달려있다. 나는 좀 더 나의 개입과 몰입이 있는 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행 스케치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기존의 세 가지 취미와 어울리며 쉽게 즐길 수 있고,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이 예술적 요소가 있다. 사진과 스케치는 나의 미적 잠재성을 더 키워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제 네 가지 취미를 여행이나 산책을 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림을 시작하면서 셀프 코칭을 했다. 전문 코치가 코칭 대상자의 생각과 행동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코칭 과제를 부여하듯이, 나 자신에게 과제를 냈다. 한 주에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완성된 그림은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에 올리기로 다짐했다. 새로운 과제를 실천해 가면서 내면에서 일어 나는 심리 변화를 잘 읽어 보았다. 먼저 사진과 스케치 대상을 선정하고, 그 대상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한 후 그 의미가 담긴 실체를 끄집어내어 내가 원하는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스케치를 수채화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깊은 몰입과 유연한 마음이 살아있다. 


스위스 레만 호에 있는 시옹성


취미생활의 구성
사진, 수채화, 여행, 산책
그리고 예술가처럼 살아보고 싶다


  취미 생활과 전문 코치의 삶을 연계시키다   

  나는 새로운 취미생활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학습을 했다. 첫째 관점은 세상보기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사고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행동의 근간이다. 관점은 세상을 보는 신념이며 행동이다. 오랫동안 내재화된 관점을 바꾸기 쉽지 않다. 둘째 관점은 나의 시선이며 내면의 자기 중심성, 확고한 신념, 삶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관점은 곧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길이며 표현이다. 


  셋째 관점은 바뀔 수 있다. 자신의 관점을 확장시키고 질적으로 전환시키는 경험을 통해 기존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 달라진 관점은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사진의 선예도와 초점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달라지면서, 선호하는 렌즈 화각을 찾았고 카메라를 바꾸었다. 넷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탐구는 개념적인 것이 아니다. 관점 변화로 나 자신의 잠재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잠재성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활동을 통해 체험적으로 나 자신을 알게 된다.


  다섯째 내가 만드는 의미 있는 삶의 이야기가 현장에서 만나는 코칭 대상자에게 공감을 준다. 취미 생활을 통해 성찰한 학습과 알아 차림은 코칭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필요한 경우 그들과 공유한다. 이를 통해 코칭 대상자와 코치가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코칭 대상자가 목적 있는 삶을 구상하는 경우, 본격적으로 실천하고 싶은 동기를 자극한다. 


  변화의 시작은 자기 인식이다

  코칭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을 잘 안다고 했지만, 사실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 했다. 그들은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했지만, 자신의 관점과 자기 중심성이 지배하는 영역의 범위 내에서만 자기를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데 필요한 시간을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해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임원 코칭에서 만난 한 리더는 엄격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의 일과표를 정해두고, 해야 할 내용별로 실천 빈도를 꼼꼼히 기록했다.


  일부 사람들은 코치와의 만남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조직 내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자기 관리용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그쳤다. 그들은 일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응대했지만, 자기 존재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닫힌 마음을 갖고 대했다. 그 주된 이유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적이 드물고, 본인 스스로도 자기 이해의 필요성에 둔감하거나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자신의 기존 이해와 불일치하는 정보를 만났을 때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자기 방어적인 입장에서 검토를 거부하고, 막상 기회를 가져도 성찰과 변화 의지가 지속될 수 있는 후속 지원을 받지 못했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 이해에 관심을 두기보다, 외부적 위협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방어적 자기 관리에 주력했다.


내 삶의 목적과 가치에 맞는 삶을 살고 싶다.

 

  구성적 삶을 만들어 보자

  코칭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구상하고 만들어 가고 싶은 요구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누구나 그와 같은 삶의 요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삶의 주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요구를 원하는 결과와 연계시키는 결정적 행동을 실천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더 의미 있고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는 방법으로 ‘요구-행동-결과의 연결성’을 높여 보길 바랬다. 이제 실행을 촉진시켜 더 나은 결과를 만들려는 방식은 사람을 탈진하게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존재에 대한 자기 인식과 성찰을 통해 관점 전환을 끌어내고, 그들의 성장 체험에서 얻어지는 긍정적 에너지원을 생산적인 자원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실행 doing의 관점이 아니라 존재 being의 관점을 취할 때, 리더십과 소통의 소재가 달라진다. 존재의 관점을 취하면 리더십의 관심이 일의 성과에서 과정으로 바뀌고, 주위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건을 갖게 된다. 일의 수행 과정에서 관찰한 진전에 대해 대화 나누고 인정하는 피드백을 주게 된다. 실행의 눈으로 보면, 평가와 질책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의 판을 바꿔야 한다. 실행 중심의 관점을 존재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존재 중심으로 바꿀 때, 삶의 환경과 일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보게 된다. 존재가 중심인 삶은 목적 있는 삶이다. 사람들의 일상이 삶의 목적과 한 방향 정렬되어 있게 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목적을 기반으로 할 때, 뷰카한 세상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표류하지 않는다. 이제 존재 중심으로 구성적인 삶을 구상하고 만들어  볼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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