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Sep 07. 2020

암 치료, 선 경험자의 생존전략

떠도는 마음에 답이 있다

떠도는 마음에 답이 있다

지인으로부터 온 감사 전화


내일은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첫 상담을 받는 날이다. 정확히 어떤 면담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앞으로의 치료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완치를 위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긴장감을 갖고 대하기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비장한 출정식을 맘속에 그려본다. 잠시 마음이 떠돌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나와 통화를 하고 싶어 했던 지인의 이름이 스마트 폰의 화면에 떴다. 나는 반갑게 먼저 그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지요?"

"네, 많이 걱정했어요. 그냥 가벼운 검사를 받으시는 줄 알았는데 페이스북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문자로 대화하기보다 직접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잘하셨어요. 이렇게 통화하니 좋아요. 미안하고 감사해요."


  사실 나는 이번 일을 개인적인 사건으로 보고 비공개로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와 같은 병으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어떤 염려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사람, 이미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른 환우의 정보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사람, 같은 처지에 놓인 주위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생각 파트너의 역할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나는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나의 현재 상황에 대해 여러 질문을 했다.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따듯한 대화는 심리적 위안을 느끼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던 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그는 오래전에 비교적 큰 종양으로 치료를 받았다. 동병상련의 심정을 들려주었다. 그는 당시 그가 느꼈던 심정과 마음의 동요를 사실적으로 추억해냈다. 그의 경험담을 통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의료적인 치료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선 경험자의 생존전략


  지난 보름 동안 암을 극복한 지인과 극복 중인 지인의 사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이 경험한 병환은 나보다 훨씬 더 컸다. 짝을 통해서도 최근 설암을 극복한 사례, 췌장암을 성공적으로 완치한 사례를 들었다. 그들의 경험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완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라. 치명적인 병이라고 해도 그것은 병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이 속성이 몸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진다.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완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암에 대한 국내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이다.


둘째, 병이 아니라 이웃이라고 생각하라. 병이라고 생각하면, 나 자신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적대적이고 불안과 두려움을 갖게 된다. 병에 대한 정서를 중성적으로,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갖는 것이다. 이왕 알게 된 것 함께 잘 살아 보자고 생각한다. 영어권에서는 지병을 monkey on your shoulder라고 비유적으로 생각하도록 권한다. 어깨 위의 원숭이, 몹시 나댈 것이다. 그러니 달래면서 살아라.


셋째, 스트레스를 줄여라.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병을 얻었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또 다른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면, 실로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자기 자신과 환경을 대하는 기존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바꿔본다.


넷째, 건강한 식사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라. 평소 식생활과 체력 관리에 허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겪는 것이다. 몸이 병들었는 데 이전의 습관화된 식생활과 체력관리를 한다면 개선은 불가능하다. 몸이 보낸 경고를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만든다.


다섯째, 의료진을 신뢰하고 치료계획을 준수하라. 현대의학은 환자에 맞춤형 치료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선진 의료 장비와 기법을 활용해 병을 정확하게 검진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한 치료는 과학적인 문제 해결방법이며, 그 임상적 경험과 결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의료진을 믿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인드 셋의 중요성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착형 사고방식


  2007년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캐롤 드웩은 실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연구한 결과, 두 유형의 마인드 셋을 밝혔다. 바로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착형 사고방식이다. 전자는 성장 가능성을 믿고 실천하지만, 후자는 성장 가능성에 부정적이다.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원하는 결과를 이루는 사람들은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드웩은 마인드 셋이 불변이 아니라 사람들이 성취를 이루는 과정에서 그들의 능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개입하여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증했다.


  내게 필요한 사고방식은 성장형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치료 가능하다 또는 불가능하다'는 평가적인 사고를 내려놓자.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라고 생각하자.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질 때 마음이 유연해진다. 이러한 유연성이 내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선 경험자들의 조언은 유연한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직한 부부 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