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 글
변화 요구는 무엇인가?
심리학에서 삶을 견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있다. 현실치료 이론을 주창한 윌리엄 글래서는 사람들의 기본 욕구로 보았다. 생존, 사랑과 소속, 힘(권력), 자유, 즐거움이다. 한 가지 욕구가 충족되면, 다른 욕구들이 동시에 또는 상충하며 인간을 압박한다. 아브라함 매슬로는 욕구의 위계를 가정하고, 각 욕구들을 충족시키며 성장하는 욕구 단계설에 따른 동기 이론을 주장했다. 가장 원초적이며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사회적 욕구, 인정 욕구, 마지막으로 자아실현 욕구이다. 사람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이러한 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욕구는 결핍된 상태이며 채우는 심리이다.
누가 어떤 이론을 통해 어떤 주의주장을 했는지는 원론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삶의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또한 삶은 결정론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욕구는 채우고 만족시켜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자아실현 욕구처럼 목적과 목표를 향해 행동하도록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필요 측면도 있다. 필요는 구상하고 만드는 심리를 자극한다. 필요는 원하는 상태와 현재 상태 간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다. 나는 이러한 인식을 변화 요구로 보았다. 사람들이 갖는 변화 요구는 구상하고 만들려는 심리이며 그 심리에 대한 인식이다. 이러한 변화 요구는 삶의 목적과 연결될 때 변화의 에너지원이 된다.
떠도는 마음이 말하는 것
변화 요구에 대한 학술적인 탐구는 지금 나의 주의와 관심을 끌지 못한다. 만일 이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나는 벌써 컴퓨터를 켜고 변화 요구에 대한 최근 학술연구가 있는지를 검색할 것이다. 변화 요구를 개념적으로 다르게 접근하는 학자는 있는지, 변화 요구의 기능적 다양성은 어떻게 탐구되고 있는 지를 알아보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가장 나다운 모습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학술적인 탐구에 관심이 적다.
지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떠도는 마음이다. 그 마음에 담긴 생각과 느낌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오늘은 방사선 치료를 위한 약속이 오후 2시 30분에 있었다. 한 시간이면 약속 시간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12시가 되기 전부터 출발 준비를 하려고 마음이 움직인다. 왜 그럴까? 도대체 서두르려는 이유가 뭘까?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병원이 이전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병원에 대해 처음 드는 생각은 코로나 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기피 장소였다. 그리고 치료와 관련된 업무들이 세분화되어 있다 보니, 전체 일정과 주요 활동에 대한 큰 그림을 갖지 못했다. 병원을 방문해 담당 의사와 상담을 한 후 다음 단계의 치료 내용과 일정을 확정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몹시 불편했다. 그런데 이러한 불편한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많은 것을 통제하면서 살아온 지난 생활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지금의 건강 문제는 지나치게 삶을 통제하려는 정신이 낳은 결과이다. 이러한 인과 분석을 따른다면, 이제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불편하게 느끼는 심리를 해체시켜야 한다.
떠도는 마음에 답이 있다
공간 감성의 실천과 효과
요약하면, 병원이라는 공간에 대해 기피하는 마음, 진료와 치료의 전체 활동에 대한 청사진 부재에 따른 불편함이 그동안 떠도는 마음의 주된 내용이다. 나는 병원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정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간 감성'이란 개념을 개발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긍정적 정서로 바꿔치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한 실천 사항들을 9월 8일부터 23일까지 15일간 실천했다. 내가 병원을 서둘러 가려는 심리에는 공간 감성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믿는다. 공간 감성이 마음과 행동 변화의 에너지원이다.
나는 이런 작은 에너지원들이 모여 삶의 활력이 되고 행복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내 삶의 환경을 주도적으로 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유리한 방향으로 판을 짜야한다.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인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즉, 강점 발견, 관점 확대, 통찰 심화, 자기 수용이다(이석재, 2020. 27~29쪽). 나는 병원이라는 맥락에서 관점 확대와 통찰 심화를 통해 공감 감성을 개발하고 실천해 보았다. 앞으로 통원 치료가 계속되는 기간에 지속적으로 실천하면서 그 효과를 검증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