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밤 병원이라는 정글_5편

밤마다 환청

by 참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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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를 위한 공간이 때로는 가장 치열한 전쟁터가 된다. 5인실 병동. 커튼 한 장으로 구획된 이 좁은 세상은 '배려'라는 얇은 막이 찢어지는 순간, 지옥으로 변한다.

나는 잠들고 싶었다. 아니, 살기 위해 쉬어야 했다. 하지만 병실의 밤은 낮보다 요란했다.


시곗바늘이 새벽 2시를 가리킬 무렵이었다. "탁-!"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천장의 형광등이 내 눈꺼풀을 찔렀다. 칠흑 같던 어둠이 순식간에 대낮처럼 환해졌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실눈을 떴을 때, 대각선 침대의 노인 환자가 보였다. 그는 세상의 모든 소식을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한다는 듯 신문을 펼쳤다. 바스락, 바스락.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조용한 병실을 톱질하듯 긁어댔다. 모두가 잠든 새벽, 그 건조하고 신경질적인 마찰음은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고막을 때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바로 옆 침대에서는 끊임없는 주문(呪文)이 흘러나왔다. "아이고, 죽겠네... 아이고, 나 죽어..." 잠꼬대인지, 통증에 의한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중얼거림. 처음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밤새도록 이어지는 그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은 마치 내 정신을 갉아먹는 환청 같았다.

간신히 쪽잠이라도 청하려던 새벽 4시, 이번엔 '유튜브 빌런'이 등판했다. 맞은편 침대의 젊은 환자였다. 이어폰도 없이 쩌렁쩌렁 울리는 스마트폰 스피커 소리. 뽕짝 리듬의 트로트와 유튜버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무방비 상태의 내 뇌를 침범했다.


'병원에 병 고치러 왔다가 병을 얻어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이기심과 몰상식이 뒤엉킨 이 5인실은 흡사 정글이었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들, 배려가 실종된 공간. 링거 줄에 매달린 내 몸보다, 쉴 곳 없는 내 정신이 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서러워졌다. 나는 치유받고 싶은데, 나는 살고 싶은데. 이 소음의 감옥이 나를 더 병들게 하고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주섬주섬 환자복 주머니를 챙겨 복도로 나왔다. 차라리 걷자. 이 악몽 같은 밤을 뚫고, 나는 또 걸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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