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은 엉뚱한 상상이 아니다

뭉근한 일상 속에 숨어있다

by 참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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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스치듯 보았던 문장 하나가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 때가 있다. 그 문장은 마치 내 안의 깊은 우물을 건드린 작은 돌멩이처럼 파문을 일으키며, ‘나는 과연 특별한 사람인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져놓곤 한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엉뚱한 상상에 빠진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꿈꾸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상상, 혹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극적인 서사를 가진 인물이 되어 특별한 일을 해내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수없이 리허설하곤 한다. 그런 생각에 잠길 때면 심장이 뻐근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고,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나가면 무언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차가운 현실의 공기가 폐부로 들어오면, 그 거창했던 상상은 아침 안개처럼 흩어지고 오직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하는 지극히 평범한 ‘나’만 덩그러니 남는다. 그때 밀려오는 공허함은 생각보다 맵고 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엉뚱한 상상 자체가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함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천둥번개 같은 재능이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이한 업적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다르게 살고 싶다’라고 중얼거리는 그 엉뚱하고도 간절한 마음, 남들은 무심히 지나치는 가로수 잎사귀의 흔들림을 보며 ‘저 나무도 춤을 추고 싶을까’라고 묻는 엉뚱한 시선 속에 특별함의 씨앗이 숨어 있다. 우리는 흔히 특별해지기 위해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평범한 일을 ‘특별한 마음’으로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고유한 무늬를 만든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출근길에서 보도블록 틈새에 핀 잡초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엉뚱함, 다 타버린 빵을 보며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요리의 탄생이라 우기는 유머,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 한 사람의 우주를 형성하는 것이다.


어디선가 본 글귀에 마음이 베여 며칠을 앓는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당신이 감수성이라는 촉수를 예민하게 세우고 있다는 증거다. 무뎌진 세상 속에서 엉뚱한 생각을 품는다는 것은, 정해진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가 잠시 선로를 이탈해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용기와도 같다. 비록 그 생각이 당장 밥을 먹여주거나 통장 잔고를 불려주지는 않을지라도, 당신의 내면을 건조하지 않게 적셔주는 단비가 됨은 분명하다. 결국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결과물로서의 ‘성공’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색채로 일상을 덧칠해 가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 그러니 엉뚱한 상상이 부끄러워 숨길 필요도, 평범한 현실에 주눅 들 필요도 없다. 당신이 품은 그 엉뚱한 생각들이야말로, 흑백 같은 세상에서 당신을 유일하게 식별해 주는 지문일 테니까.


특별함은 멀리 있는 파랑새가 아니다. 오늘 아침, 거울을 보며 ‘난 좀 멋진 외계인일지도 몰라’라고 엉뚱하게 중얼거린 당신의 그 미소 속에, 이미 특별함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남들과 다른 속도로, 남들과 다른 온도로 세상을 감각하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그리고 벅차게 특별하다. 2026년은 더 특별한 당신이 되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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