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게 안녕~제주

by 참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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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붕 떠오르는 순간은 언제나 마음이 좀 묘해집니다. 며칠 동안 나를 꽉 채워주었던 제주의 푸른 바다와 너그러운 바람, 그 행복했던 기억들이 이제는 등 뒤로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니까요.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늘 그렇듯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루만 더 있다 가면 안 될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지요. 뿌연 구름이 바다처럼 깔려 있는 하늘 위로, 불쑥 솟아오른 거뭇한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라산이었습니다. 땅에서 올려다볼 때는 그렇게나 까마득하게 높던 산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구름 이불을 덮고 누운 것처럼 참 평온해 보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급하게 꺼내 들었습니다. "아, 찍어야 해."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반응했지요. 비행기가 윙 하고 방향을 틀어버리면 이내 사라져 버릴 풍경이라는 걸 아니까요. 그 짧은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서둘러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렌즈 너머로 보이는 한라산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마치 떠나는 나에게 조심해서 잘 가라고 무뚝뚝한 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눈 맞춤을 끝으로, 제주와 진짜 이별을 했습니다.


벌써 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문득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그때 찍은 이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그때 먹었던 맛있는 음식 맛도 가물가물하고, 피부에 닿던 바람의 온도도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데, 이 사진 한 장을 보고 있으니 그때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아쉬운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잠깐 스치듯 본 풍경이었지만, 셔터를 눌러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내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는 흐릿해지지 않고 언제든 선명하게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으로 남았으니까요. 구름 위에 떠 있던 저 산처럼, 그날의 기억도 내 마음속 어딘가에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기분입니다. 제주 또 가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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