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베네치아 도제의 궁의 대회의실을 장식한 천국(Paradiso)’이란 이름의 벽화는 르네상스 말기의 이태리 화가였던 틴토레토가 그린 유화이다.천국 그림의 주제는 성모대관식(the Coronation of the Virgin)이며, 대관식을 주관하는 이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벽화의 맨 위에는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을 대천사(가브리엘, 미카엘)가 축복하는 장면으로 채웠고, 그 바로 아래에는 사복음서의 저자인 마가, 누가, 마태, 요한을 그들의 상징물(사자, 황소, 천사, 독수리) 및 수많은 천사와 함께 배치하였으며, 하단과 주변에는 수많은 성인과 순교자뿐만 아니라 성경 속의 인물과 심지어 교황도 그려 넣었다. 단과 단의 경계는 몽실몽실한 뭉게구름으로 채워 천사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광경이 자연스럽게 보이면서 천국의 장엄함이 느껴지도록 하였다. 그림의 크기는 자그마치 가로 ×세로=24.5 m×9.9m 이고 등장인물만 무려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림 1. 이태리 베네치아 도제의 궁 벽면을 장식한 천국 (크기: 22 x 9 m, 1594년, 틴토레토)
둔황 막고굴에 있는 정토3부경(아미타경, 무량수경, 관무량수경) 변상도가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극락 그림이다. 막고굴에는 서방정토를 그린 변상도가 무려 154점이나 있는데, 대표적인 그림이 막고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살상이 있는 제45 굴의 관경변상도이다. 불교의 구원관과 내세관이 담겨있는 관무량수경(대승불교의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관경변상도이다. 이 벽화는 중국의 당 제국이 최전성기를 누렸던 성당시대(705-781년)에 그린 정토화로 그림 크기가 4.72 m×2.9m 인 대작이다.
그림 2. 관경변상도 (둔황 막고굴: 제45굴)
정말 놀랍게도 세상에서 가장 큰 극락화가 우리나라에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운주사 천불천탑이다. 천불천탑은 고려 후기(14세기)에 전성기를 맞이한 천태종의 백련사계 스님들이 개성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화순 운주골에 세운 3차원 관경16관변상도, 즉 아미타불의 극락정토였다. 염불수행을 통한 정토왕생신앙을 굳게 믿었던 백련사 스님들은 50여 년간 전쟁에 시달린 남도 백성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이들의 정토왕생 믿음을 북돋아주기 위해서 강진 백련사로부터 38 km 떨어진 화순 운주사 주변 너른 골짜기에 아미타불의 극락정토를 조성하였다. 그림의 크기는 자그마치 축구장 14개를 합친 면적에 해당하는 10만 ㎡(3만 평)에 달하는데, 천불천탑 3차원 극락정토화는 틴토레토가 그린 천국 그림의 600배나 되고, 둔황 막고굴에 그린 관경변상도의 7300배나 된다. 천불천탑 공간은, 설계도로 사용된 서복사장 관경16관변상도처럼, 크게 4개 공간(불회, 상배관, 중배관, 하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3. 천불천탑은 고려 관경16관변상도(14세기 초, 서복사 보관)의 구성 및 도상을 운주골 3차원 공간에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것이다. 즉, 천불천탑은 고려인의 극락정토였다.
불회 장면은 수많은 보살, 제자, 천왕, 비구(성문대중)를 모아놓고 관무량수경을 설하는 석가모니 부처의 설법장면을 그린 것이다. 천불천탑 공간에서, 흔히 부부와불-석불군(바)-칠층석탑-칠성석으로 에워싸인 공간이 바로 석가모니 부처의 불회 공간에 해당한다.
상배관은 근기가 가장 높은 최상위 수행자가 임종후 왕생하는 극락이다. 아미타불-관음보살-대세지보살이 수많은 기타 보살, 비구 등을 대동하여 극락왕생자를 환영하는 공간이다. 천불천탑 공간에서는 마애여래좌상-석불군(마)-구형다층석탑-명당탑이 있는 공간에 해당한다.
중배관은 중간 레벨의 수행자가 임종후 왕생하는 극락이다. 아미타불-관음보살-대세지보살이 수많은 기타 보살, 비구 등을 대동하여 극락왕생자를 환영하는 공간이다. 천불천탑 공간에서는 칠층석탑-석조불감-원형다층석탑-수직문 칠층석탑-석불군(다),(라)가 있는 공간이 바로 중배관에 해당한다.
하배관은 근기가 가장 낮은 최하위 수행자가 임종후 왕생하는 극락이다. 사바세계에서 막 굴러먹은 자들도 죽기 직전에 '나무아미타불(아미타불에 귀의합니다.)'를 큰 소리로 열 번만 외치면 극락에 갈 수 있다. 그러나 극락까지는 어찌어찌 왔지만 곧바로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을 친견하지는 못한다. 최하위 극락왕생자는 극락연못의 연꽃봉오리 속에 갖혀 억겁의 세월동안 죄업을 뉘우치고 반성해야만 비로소 연꽃봉오리가 활짝 열리면서 (아미타불의 자비의 상징인) 관세음보살을 친견할 수 있다. 천불천탑 공간에서는 동냥치탑-석불군(가),(나)-구층석탑-칠층석탑이 있는 공간이 바로 하배관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