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탄 터키항공 비행기는 이스탄불 공항을 출발하여 발칸반도를 지나 2시간 반만에 베네치아 공항으로 접근했다. 낮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베네치아 공항 주변에는 섬들이 많았고 섬 주변에 갯벌이랑 무슨 양식장 같은 시설도 보여 바닷가 삶이 우리네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비행기는 베네치아 본섬 위를 빠르게 지나간다. 육지와 본섬을 이어주는 기다란 다리가 내려다 보인다. 돌로미티 트래킹을 마치는 일주일 후에 이 다리를 건너 본섬을 구경할 것이다.
사진 1.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에 접근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풍경. 무슨 양식장같은 시설이 눈에 띈다.
사진 2.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에 접근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풍경. 갯벌로 이루어진 섬 안에는 수로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사진 3.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에 접근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풍경. 육지와 본섬이 철도와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1주일 후에 이 섬을 구경할 예정이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와 안내 표지판에 적힌 렌터카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1층에서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건물 2층으로 올라가 렌터카 화살표가 가리키는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허츠(Hertz)를 비롯한 10여개 렌터카 업체가 모여있는 사무실은 공항 옆 주차빌딩의 3층 옥상에 있었다. 공항의 고가통로(2층)와 3층 짜리 주차빌딩의 2층을 이어주는 통로를 통해서 주차빌딩 2층으로 들어간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을 더 올라 3층으로 올라가니 옥상이었는데, 수많은 렌터카가 주차되어 있고, 옥상 한 귀퉁이에 렌터카 업체가 모여 있는 가건물이 눈에 보였다.
가건물에 들어가니 많은 렌터카 사무실이 있었다. 이 가운데 Hertz 업체를 찾아 국제운전면허증 + 국내운전면허증 + 여권 + 예약번호가 적힌 렌트 확인증(PC 출력물)을 제출하니, 담당자가 이것저것 확인하고 한국에서 렌터가를 예약할 때 사용했던 마스터 카드(롯데카드)로 결재한 다음, 영수증 + 차량상태 확인서 + 차량열쇠를 건네주면서 자동차는 체코의 스코다(SKODA)이고 차량 상태는 최상이며 주차 위치는 3층의 217번에 있다고 알려준다. (렌트카 업체마다 차량 주차층수가 달랐다. Sixt 차량은 주차건물의 2층에 있었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체코 스코다는 1905년에 자동차를 생산하였고, 1990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1994년에 폭스바겐에 인수된 회사이며, 가성비 좋은 차로 유럽에 알려져 있다고 한다. 차량 디자인은 기아차랑 비슷하여 괜찮았는데, 사이드 미러를 접고 펴는 것과 주유구를 여는 게 수동이었다.
사진 4. (왼쪽) 베네치아 공항 옆 주차빌딩 3층(옥상)에 렌트카 업체 사무실이 모여있다. (오른쪽) 체코 스코다(SKODA)가 배정되었는데 기아 차랑 비슷했다.
* 베네치아 공항의 렌터카 창구 직원한테 확인해야 할 것:
1. 주차권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이 주차빌딩 3층 옥상과 1층의 출구에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 주차권을 투입해야만 차단봉이 열린다. 내가 3층(옥상) 차단기 앞에서 당황해서 헤매고 있을 때, 바로 뒤 차량의 운전자가 자신이 갖고 있던 주차권을 나에게 주어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대체 Hertz 창구직원은 왜 나에게 주차권을 주지 않았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 3층 옥상의 차단기엔 주차권을 넣으면 차단봉이 열리고 주차권을 토해낸다. => 이걸 받아서 1층 출구를 빠져 나갈 때 차단기에 다시 투입해야 한다.
- 1층 출구에는 차단기가 일렬로 3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렌트 차량마다 통과할 수 있는 차단기 번호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이걸 몰라 또 여기서 40여 분을 헤맸다.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었다.) 나의 Hertz 렌트 차량은 3번 차단기에 주차권을 투입했을 때 비로소 차단봉이 열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된다.
사진 5. 베네치아 공항 주차빌딩의 1층 출구엔 차단기가 3개 있는데, 특정 차단기에 주차권을 투입해야만 차단봉이 열린다. 내 차는 3번에 주차권을 투입했을 때만 차단봉이 열렸다.
* 맨 처음 1번 차단기로 진입했을 때, 투입한 주차권을 계속 뱉어내고 차단봉이 안 열림 -> 뒤로 후진 -> 2번 차단기에 진입했지만 마찬가지 -> 뒤로 후진 -> 다시 1번 차단기 -> 뒤로 후진 -> 다시 2번 차단기 -> 안되길래 뒤로 후진하여 한쪽 귀퉁이에 차를 세우고, 다른 차들은 어떻게 빠져 나가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3층의 Hertz 사무실로 올라가서 물어봐야하나 하고 고민할 무렵, 작은 소형차가 2번 차단기가 안 열리니까 후진한 다음 3번 차단기 쪽으로 가서 주차권을 투입하니 차단봉이 열리는 것을 지켜봤다. 나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3번 차단기에 주차권을 투입하니, 투입구 주변 LED 표시등이 붉은 색이 아닌 녹색으로 번쩍번쩍 빛나더니 주차권이 쏙~~ 빨려들어갔다. 차단기 앞 쪽의 녹색 신호등에도 불이 환히 들어오면서 차단봉이 위로 열렸다. 그야말로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 지금도 3번 차단기에서만 차단봉이 열린 이유를 모르겠다. 어떤 차단기로 진입해야 하는지 주차권에 차단기 구분 표시가 되어 있었을까?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어 놨을까?
* 이 글을 쓰고 나서, 출차 방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추리를 해보았다. 맞을까?
(1) 주차건물 3층(옥상)에서 출차를 한 경우 -> (지붕 없는) 3번 출구로 빠져나가야 함
(2) 주차건물 2층에서 출차를 한 경우 -> (지붕 있는) 2번 출구로 빠져나가야 함
(3) 주차건물 1층에서 출차를 한 경우 -> (지붕 있는) 1번 출구로 빠져나가야 함
2. 내가 인수한 체코 스코다 (SUV)의 연료가 휘발유인지 디젤인지 물어보질 못했음. => 차 안에 있는 매뉴얼에도 안 나와 있어서 찜찜했는데, 코르티나에 도착한 다음 주유구 판넬을 손으로 쿡 눌러 연 다음에 판넬 안쪽을 살펴보니, E5/E10 가솔린 표시가 되어 있어 가솔린 타입이란 걸 짐작으로 알았다. (E5: 95% 가솔린 + 5% 알코올, E10: 90% 가솔린 + 10% 알코올 => E5가 고급 휘발유이다.)
주차빌딩에서 빠져나오느라 거의 1시간 가까이 씨름하는 바람에 진이 빠졌지만, 다시 기운을 내서 코르티나 담페초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진입하였다. 지금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지만, 첫번째 톨게이트 진입할 때는 직원이 있는 곳으로 진입하여 현금을 지불하고 티켓(영수증?)을 받았기에 어려움이 전혀 없었지만, 두 번째 톨게이트에선 무인 요금소를 만나 약간 헤매었다. A 도시에서 B 도시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간다고 할 때, 톨게이트 A에 진입하면서 티켓을 뽑고, 고속도로를 달려 톨게이트 B에 도착했을 때 아까 A에서 뽑았던 티겟을 투입 슬롯에 넣고 요금을 확인한 다음에 카드나 현금을 슬롯에 넣어 정산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선 Hi-PASS로만 정산했기에 그만 이런 간단한 무인 정산방법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뭏든 길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늦은 오후, 고속도로의 무인 정산소에서 생쑈를 했다.
베네치아 공항에서 코르티나 담페초까지는 승용차로 약 2시간 걸린다. 처음 1시간은 잘 닦인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다가 나머지 1시간은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려 (길이 점점 구불구불해져 운전 난이도가 높아진다) 마침내 코르티나 마을에 도착하였다.